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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최소 6개월 가량을 총수 없이 버텨야 한다. 삼성은 주요 계열사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꾸렸지만, 총수 없는 6개월이 막막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을 전제로 한 비상경영체제는 준비조차 못했다”며 답답해 했다. 또 “경영권 승계와 승마협회 지원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입장에는 변함없다”면서 “특검이 뇌물 공여라는 프레임을 짜놓고 엮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삼성이 이 부회장 불구속을 전제로 준비했던 미래전략실 해체와 쇄신안, 지주회사 전환, 사장단 인사, 채용 등의 경영일정은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해 온 ‘뉴삼성’의 기틀인 기업 인수·합병(M&A), 투자 집행 등도 당분간 ‘올스톱’ 될 전망이다.
멈춰선 삼성은 한국 경제의 ‘리스크’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삼성의 매출액은 약 300조원으로 한국 GDP(1558조6000억원)의 19.2%를 차지한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삼성전자의 매출만 떼어놓고 봐도 GDP의 13%에 이른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부가가치 창출액(2014년 기준)을 기준으로 삼성이 한국 GDP에서 4.7%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2위 현대차그룹(2.6%)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다. 장기 침체에 허덕이다 최근 ‘반짝 반등’한 수출도 다시 위기에 놓일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 수출액(593조원, 2015년 기준)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4%다.
여기에 4300여 곳에 달하는 1·2차 협력업체 등에 미치는 영향,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손해 등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 동안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면, 멈춰선 삼성은 한국 경제의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