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초등학교 시절 소풍의 하이라이트는 ‘보물찾기’였다. 선생님이 몰래 숨겨놓은 보물쪽지를 찾으면 연필이나 공책 등 상품을 주는 행사였다. 보물이 적힌 쪽지를 서너 개 찾는 친구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한 장도 찾지 못했다. 숨겨진 보물쪽지는 과연 어디로 갔을까.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둘러싼 ‘보물찾기’가 한창이다. 경북 상주에서 우연히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이하 상주본)의 존재가 미궁 속으로 빠져든 것.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의 원리를 한자로 설명한 책. 1940년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견됐다. 간송 전형필이 사들였는데 그의 호를 따서 간송본이라고도 부른다. 국보 제70호로 지정됐을 정도로 문화재적 가치가 탁월하다. 상주본 역시 국보급 가치를 지닌 귀중한 문화재로 평가받는다. 보존상태가 나쁘지 않고 중간중간 필기 흔적까지 남아 있어 학술적 가치는 더욱 높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상주본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원에 이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최근 의문의 화재로 이 상주본의 소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연은 복잡하다. 원래 상주본은 2008년 7월 안동 MBC의 보도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후 매매업자였던 조용훈 씨는 상주본이 원래 자신의 소유였는데 소지자인 배익기 씨가 자신의 골동품가게에서 상주본을 훔쳐갔다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2008년 이후 상주본의 훼손을 우려해 보존처리 및 문화재 지정 검토를 위해 공개를 독려했지만 소유자인 배씨는 공개를 거부했다.
이후 매매업자 조용훈 씨와 소지자 배익기 씨 간 소유권 분쟁으로 민사소송과 형사재판이 수년간 이어졌다. 진흙탕 싸움이었다. 2011년 5월 대법원은 조씨의 손을 들어주는 확정판결을 내렸고 승소한 조씨는 2012년 5월 문화재청에 상주본을 기증하겠다고 밝힌 후 같은해 12월 사망했다. 심각한 것은 이들의 소송과정에서 상주본이 깜쪽 같이 사라진 것이다. 법원과 검찰 등 사법기관에서 2011년과 2012년 수차례에 걸쳐 소지자 배씨의 집에 대해 강제집행 및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찾지 못했다. 배씨는 이 과정에서 징역을 살았지만 이후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런 와중에 지난 3월 26일 경북 상주시에 위치한 배씨의 집에 화재가 일어났다. 방 2칸, 거실, 부엌이 모두 불탔고 배씨는 “이번 화재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타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선 배씨가 상주본을 빼돌리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란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북지방경철청, 문화재청이 배씨의 집 화재원인에 대한 합동감식을 벌였고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상주본 소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담당기관인 문화재청도 나섰다. 배씨와의 수시면담은 물론 지속적인 설득을 통해 해례본 공개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민사재판 재심 청구는 물론 소유권 정리를 통해 공개를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것은 상주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가치를 잃은 숭례문을 대신해 국보 1호에 올라야 한다고까지 말해질 정도로 귀중한 문화재다. 과거 숭례문이 방화로 소실되는 과정을 지켜본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에 버금가는 문화재인 상주본에 대한 관심은 이에 한참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이나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국내 반환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땅에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을 볼 수 없다는 건 유감이다. 서둘러야 한다. 소유자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명예회복을 통해 감쪽같이 사라진 상주본을 하루빨리 되찾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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