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추진 절차 재차 질책…산업장관 “혁신하는 모습부터”

김형욱 기자I 2026.01.13 03:00:00

석유公 5월 조직혁신안 마련 계획에
“자체적으로 먼저 추진 나서야” 지적
자원개발 추진 당위성 지적도 뒤따라
국내외 자원개발 명맥 끊기리란 우려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2일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절차를 재차 질책했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자원개발 사업 특성상 더 투명하게 진행해 국민 신뢰를 얻었어야 할 사업이, ‘깜깜이’ 방식으로 추진됐다는 지적이다.

장차관 거듭된 질책에…“내부적으로 많이 반성”

김 장관은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하 자원·수출분야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석유공사의 대왕고래 추진상 문제가 된 과정 전반을 강하게 질책했다.

석유공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깜짝 발표에 따라 재작년 6월부터 대왕고래 탐사시추 사업을 시작했으나 그 평가를 1인 기업에 맡기는 등 절차적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재작년 말 진행된 첫 탐사시추가 실패하며 그 책임론이 불거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산업부 업무보고 때 “원가 계산도 안 해봤느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왼쪽)이 1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산하 공공기관(자원·수출 분야)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최문규 석유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이날 1월 자체 조직진단과 2월 외부 전문가 검토를 거쳐 새 사장이 취임하는 5월까지 조직 혁신계획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너무 늦은 안일한 계획이라는 게 김 장관의 지적이다.

김 장관은 “하루 이틀 된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이슈가 돼 왔는데 자체적으로 느끼는 문제의식이 있다면 먼저 추진할 필요가 있지 않나”며 “담당 임직원이 그 성과를 평가받고 승진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원 탐사시추는 원래 어렵기에 실패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며 “프로세스 자체에 많은 의구심이 있었는데, 우수 평가를 받았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석유공사 측 태도를 질책하기도 했다. 담당 임직원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가 결과가 나오기 이전인 전년도 성과지표(KPI)이기 때문이고, 외부 진단이 나오는 대로 혁신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한 최 사장직무대행의 발언이 책임 회피적이라는 지적이다.

최 대행은 이 같은 잇따른 지적에 “국민 눈높이에서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었다”며 “절차상으로도 외부 소통에서도 큰 문제가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진짜 많이 반성하고 앞으로의 사업은 신뢰를 전제로 추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답했다.

문 차관은 지난달 이 대통령에게 제때 답하지 못해 질책을 받았던 대왕고래 원가 분석 결과도 재차 물었다. 곽원준 석유공사 E&P·에너지사업본부장은 이에 “배럴당 44달러면 영업이익이 발생하는데 대왕고래 당시 경제성 평가 결과 39.6달러로 분석됐다”며 “심해 가스전 개발이어서 단가가 높은 편이었지만 경제성은 충분했다”고 답했다.

“日·中은 전 세계 석유자원 확보” 당위성 호소도

동해 심해가스전뿐 아니라 해외 자원개발의 당위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석유공사의 석유 생산원가는 배럴당 약 17달러이고 어차피 국내로 직접 들여오는 게 아닌 만큼, 생산원가가 6~7달러 수준인 메이저 석유기업 원유를 사오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석유공사는 참여 해외 유전에서 연간 4700만배럴을 생산하고 유사시 이중 87%에 이르는 4100만배럴을 도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 도입 실적은 거의 없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석유공사 측은 “평시엔 현지에서 파는 게 더 유리하기에 그렇게 하고 있지만, 유사시 각 산유국과 비상시 원유를 도입할 수 있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고 평시에도 조금씩 실증하는 중”이라며 “또 현재 원유 수입은 70%를 중동에서, 30%를 다른 지역에서 하고 있는데 우리가 확보한 매장량은 중동이 30%, 타 지역이 70%인 만큼, 이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를 ‘헤징’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중국을 봐도 계속 자원개발 정책을 펴서 전 세계 석유자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투입된 탐사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의 작업자가 지난 2024년 12월 동해심해가스전 유망구조에서 첫 탐사시추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한국석유공사)
이 같은 분위기 속 국내외 자원개발 사업 추진이 당분간 어려워지리란 우려도 뒤따른다. 석유공사가 5월로 예고한 조직 혁신계획에 자원개발 부서인 E&P·에너지사업본부 추가 축소 방안도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곽 본부장은 “사업 효율성을 면밀히 검토해 인력 재배치 방안을 깊이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미 30%의 인력을 줄인 상황에서 추가 인력감축은 E&P 생태계 자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함께 업무보고한 한국광물자원공사에도 10여년 전 이명박 정부 전후의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실패와 그에 따른 재무 악화에 대한 반성 요구가 잇따랐다. 산업부와 광해광업공단은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자본금을 3조원에서 5조원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범정부 차원의 논의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황영식 광해광업공단 이사장은 “부분적으로나마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과거 실패 누적에 따라 불어나는 이자 부담 속 먹고살 길을 찾기 어렵다”며 “민간 사업 지원부터 시작해 고유 사업 영역에 뛰어들어 수익을 내는 쪽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실패 사례에 대해선 재발을 막기 위한 반성문 격 기록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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