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사설]'냄비 속 개구리' 한국경제, 주 52시간 덫부터 걷어내자

논설 위원I 2025.01.25 05:00:00
한국 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한 보고서가 또 나왔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최근에 낸 ‘트럼프 2기 주요 정책과 한국의 잠재적 영향력’이란 보고서다. 보고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서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의 9개 주력 수출 품목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맥킨지는 한국이 지난 20년 동안 수출품을 다각화하는 데 실패했고, 신성장 기술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킨지 보고서가 아니라도 한국 경제가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실은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성장률은 2%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당초 1.9%로 전망했으나 최근 이를 1.6~1.7%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잖아도 힘든 판에 비상계엄이라는 돌발변수까지 겹쳤다.

해법은 다 안다. 뼈를 깎는 구조개혁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도 의료·연금·노동·교육을 뜯어고치는 4대 개혁을 들고나왔다. 그러나 계엄 이후 개혁은 사실상 실종 상태다. 우리가 냄비 속에 갇혀 있는 동안 다른 나라들은 냄비 밖에서 국익 극대화를 위해 힘껏 달리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인공지능(AI) 인프라에 5000억달러(약 718조원)를 쏟아붓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중국은 반도체, 전기자동차, 로봇, 드론, 가전 등 첨단 산업에서 신흥강국으로 등장했다.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다.

과거 일본은 인구 고령화 속에 혁신을 외면하다 장기불황 터널에 갇혔다. 한국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은 과장이 아니다. 맥킨지는 뜨거운 물을 끼얹어서라도 한국 경제를 빨리 냄비 속에서 탈출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영 딴판이다. 반도체특별법은 다름아닌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에 묶여 있다. 개구리가 냄비 밖으로 뛰쳐나오려면 발목을 잡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한해 주52시간제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특별법이 다시 성장의 길을 여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