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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방송 자막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한글 자막 서비스가 국내 콘텐츠까지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글 자막은 원래 청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OTT 환경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막 서비스 프로그램 비중이 확대하고 있다. OTT가 지상파 방송의 송출 관행까지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한국어 자막 서비스가 늘어난 만큼, 국적불명의 신조어나, 방송에 부적합한 언어 사용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서 펴낸 ‘2021년 방송언어 조사 자료집’에 따르면 그해 상반기 텔레비전(TV) 예능 프로그램 한 편당 노출된 영어 자막(영문 또는 한글)은 68.2회에 달했다. 2019년 47.9회, 2020년 57회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년 10회씩 늘어난 셈이다. ‘머쓱햇’, ‘OO둥절’, ‘먹OO’ 등 2020년부터 1년 반 동안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신조어도 75건이었다. 의도적 표기 오류는 프로그램당 지상파 11건, 기타 케이블 45건으로 집계됐다.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의 줄임말·tvN ‘뿅뿅 지구오락실’), ‘팜유 라인’(MBC ‘나 혼자 산다’), 행사러’(KBS 2TV ‘해피투게더’), ‘드루와’(MBC ‘전지적 참견시점’), ‘띵곡’·‘웬열’(SBS ‘런닝맨’), ‘뙇’ ‘뮈안해’(JTBC ‘아는형님’), ‘갓창력’ ‘Aㅏ 그렇구나’(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등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채널 등을 가리지 않고 출처도, 뜻도 알 수 없는 한글 자막이 남용된 사례다. 팜유 라인 같은 신조어의 경우, 이전 방송을 보지 못한 시청자라면 앞뒤 맥락 없이 단어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어전문가들은 이젠 방송 자막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만큼,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우리말로 쓰거나 쉽고 명확한 단어를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방송 자막은 청각 장애인을 배려하면서도 입말과 글말의 장점을 이어주는 제3의 언어로 순기능이 많다”며 “그런 만큼 잘못 사용하면 언어공해가 된다. 입말의 역동성은 살리되, 입말을 보완해 주는 의미에서 소통을 존중하는 자막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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