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대한 관점은 왜, 어떻게 변화했을까.
먼저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전체 시장의 축소다. 기술 발전으로 제품·서비스 품질은 상향 평준화됐고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은 고객의 생각과 행동을 세심하게 살펴야 꾸준히 선택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도 큰 변화를 만들었다. 정보기술(IT) 서비스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제품 역시 디지털 접점이 생기면서 고객과 상호 작용은 훨씬 다양해졌고, 어떤 경험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기업은 파악하기 어려워졌다. 데이터를 많이 축적한 기업일수록 고객을 충분히 알고 있다 느끼기 쉽다. 하지만 클릭률·판매율 등 행동 지표가 대부분이므로 이면의 생각은 알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주며 지속 선택받기 위해, 즉 성과 개선과 성장을 위해 경험을 파악하고 총체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고객 경험 관리는 CS와 달리 단기간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그치지 않고, 고객 유지율과 고객 생애 가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경험에 만족한 고객이 ‘찐팬(진정한 팬)’이 돼 자발적으로 만드는 입소문 효과는 신규 고객 확보 비용이 줄이는 효과도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포레스터에 따르면 고객 경험을 잘 관리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5년 평균 매출 성장률은 각각 17%, 3%로 14%포인트의 큰 차이를 보였다. 예컨대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고객 경험 지수를 1포인트 높이면 약 1조3000억원(10억 달러)의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좋은 경험을 한 고객은 다음 차량 또한 같은 브랜드를 구매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객 경험 관리에 대한 국내 기업의 조직 문화와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 ‘오픈서베이 CX 트렌드 리포트 2022’에 따르면 기업 재직자 876명 중 자사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6.5%에 불과했다. 고객 경험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기업 비중도 34.1%의 낮은 수치를 보였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54.3%가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21.4%로 절반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디지털을 넘어 경험의 전환 시대라고 말한다. 기업은 이제라도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큰 비용의 투자가 아닌 고객 의견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객 경험을 확인해 안내 문구 위치나 어투를 바꾸는 것처럼 작은 변화로도 큰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일회성 고객 만족이 아닌 경험 전반에 주목해 고객에게 제품·서비스 사용 경험을 직접 물어보고 꾸준히 데이터를 쌓아 나가보자. 경험 데이터를 근거로 한 고객 경험 관리는 더 좋은 비즈니스 성과를 만드는 확실한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