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영등포전통시장. 입구로 들어서자 어둡고 좁은 시장길 대신 높은 천장과 환해진 통로가 보이며 시야가 탁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남색 장바구니를 든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시장 구석구석을 돌며 새롭게 조성한 시장 아케이드에 대한 상인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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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설치가 막바지에 접어든 영등포전통시장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식자재 전문 시장이다. 상인들은 과거 식당 등 주로 업소를 상대로 장사를 해왔던 터라 좁고 어두침침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서고 인근에 대형마트 등이 들어서면서 ‘이대로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덮쳤다. 이에 영등포구와 영등포전통시장 상인회는 머리를 맞댔다. 지난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전통시장과 상점가 시설현대화 사업에 선정돼 대대적인 환경개선 작업에 나선 것.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시장 내부다. 낡고 어두운 느낌을 주는 천장 가리개 시설이 사라지고, 상점가 형태의 아케이드로 환골탈태했다. 60년 이상 무질서하게 통로를 차지하며 보행환경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노점 역시 없어지고 각 점포 앞에는 노란색 상품 적치선이 설치됐다. 이로 인해 구불구불하고 좁았던 시장 통로는 너 댓 명의 손님이 거뜬하게 통행할 수 있을 정도로 반듯해졌다.
시장 상인들의 적응력도 높아졌다. 대부분의 점포가 상품 적치 공간을 줄여 통로 개방감을 확보하자 그렇지 않은 가게들도 상품 적치선을 후퇴키는 것은 물론 손님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상품 진열에도 신경을 쓰게 됐다.
구청과 상인회는 한발 더 나아가 대형마트, 새벽배송 업체로 발길을 돌린 고객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소비자친화 시장’으로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추석맞이 ‘영시장 전통시장 공동구매’ 사업도 그 일환이었다. 각 시장 상인회를 통해 공구 수요조사를 벌인 뒤 시장간 결합상품을 만들고, 영등포구 전통시장 공동브랜드인 ‘영시장’으로 포장, 배송하는 사업이다. 추석기간 거둔 매출만 1억4000만원(1000여세트)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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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구청장은 “매년 명절 때마다 영시장 공구를 진행할 수 있게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면서 “전통시장 담당 직원들도 관련 업무를 잘 챙기지만 무엇보다 상인들이 온라인 판매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가고 있어 시장변화에 적응력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시장은 교통 접근성 개선과 홍보 강화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면서 “상인회와 협업해 좋은 물건을 구비하고 친절한 서비스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