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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임도건설·하천정비, 지자체 이양 문제 있다

논설 위원I 2025.04.03 05:00:00
경북 북부 지역의 산림을 파괴한 ‘괴물 산불’ 재발 방지책으로 임도(林道)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숲이 우거진 산림지역에 내는 임도의 유무에 따라 거센 불길이 하루 만에 잡히기도 하고 무려 엿새간 계속되기도 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관내의 화장산과 대운산에서의 극명하게 엇갈린 사례가 임도 건설의 필요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 사업이 근래 지방자치단체 업무가 되면서 임도 건설이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국유림의 ‘국가 임도’는 산림청이 정부 예산으로 만들지만 사유림과 지자체 및 공기업의 공유림 안의 ‘지방 임도’는 지자체 예산으로 건설한다. 2020년 문재인 정부 때의 재정분권 정책의 일환이다. 이렇게 되니 지자체장들은 당장 주민 체감도가 높은 상하수도부터 고치고 마을회관을 세우고 싶어할 뿐 체감도가 낮은 임도 건설은 뒷전으로 미루게 되는 것이다. 가뜩이나 산림 밀집지대의 오지 지자체들은 재정자립도가 더 낮아 선거에 도움도 안 되는 임도 건설 등 산림관리에 소홀하기 십상이다.

유럽이나 일본은 임도 건설에서 많이 앞서 있다. 우리나라가 ㏊당 4.1m인 것에 비해 일본은 24.1m, 독일 54m, 오스트리아는 50.5m에 달한다. 이번에 산불이 난 지자체 중에는 산불 임도가 아예 없는 곳도 있다. 이런데도 최근 몇 년간 전국 지자체들의 임도 건설 실적은 오히려 급감했다. 관련 예산과 건설사업의 업무 권한을 넘겨받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다.

지자체로서는 돈 쓸 곳은 많은 데다 사유림까지 적지 않아 임도 건설에 부담이 될 것이다. 안 그래도 교조주의를 방불케 하는 환경단체들의 막무가내식 반대도 임도 건설을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왔다.

그렇다면 모든 임도 건설은 다시 산림청이 총괄 책임지는 국가 업무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홍수와 물난리를 막는 하천 정비 사업도 마찬가지다. 근래 국가하천을 제외한 지방하천 정비를 지자체 관할 업무로 이양하면서 2017~2022년 홍수피해의 93%가 지방하천에서 발생했다는 통계가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산림관리와 하천정비에 대한 행정체계 재정비에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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