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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난이도의 금통위…‘깜짝 인하’ 가능성 무시 못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28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이데일리가 실시한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12명 전원이 ‘동결’을 예상했으나, 한은 내부 목소리와 시장 참가자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은 내부에선 기준금리를 25bp(1bp= 0.01%포인트) 내리면서 금리 인하기의 첫발을 뗀 지난달 금통위보다 이번달 금리 결정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만 해도 ‘11월은 동결’이 시장 컨센서스였다. 한은이 지난 6월부터 강조해온 금융안정 위험이 아직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고, 금통위원들의 3개월 내 금리 전망은 5대 1로 동결이 우세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비췄다.
그러나 3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트럼프발(發) 정책 리스크로 수출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요 성장 동력인 수출이 둔화할 수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에 선제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나왔다.
노무라증권은 지난 26일자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주택 시장이 냉각되고 성장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주 한은이 25bp 인하를 단행해 시장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대선 이후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성장률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한은이 내수 진작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란 판단이다. 앞서 지난 20일 씨티는 “예상보다 약한 경제 성장과 낮은 물가 상승률이 금리 인하 사이클을 앞당길 수 있다”며, 이번 금통위에 대한 ‘대안적 시나리오’로 금리 인하 전망을 제시했다.
국내채권 시장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2.741%까지 떨어지며, 종가 기준 지난 2022년 3월31일(2.66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직전 연중 저점은 10월 초 기록한 2.78%로, 금리 인하 사이클 시작 직전의 높은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었다.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후에는 오히려 금리 인하 속도와 폭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이달 중반만 해도 2.95%까지 상승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인하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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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무게추는 ‘동결’에…가계부채·환율 부담
그러나 여전히 전망의 무게추는 동결에 쏠려 있다. 성장 측면을 고려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계부채와 환율이라는 금융안정 위험 요소가 경계감을 높이고 있어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9월에 둔화됐다가 10월에 재차 확대됐고, 가계부채 확대 추이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주택 가격과 매매 거래에 금리가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가 주택 거래량이나 주택가격 상승률에 대한 기대심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이런 것들을 지켜봐야 된다”며 “9월 숫자로 완전히 금융안정이 됐다고 단언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1400원을 두고 등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도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로 꼽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로 대부분 통화가 절하됐지만, 원화는 연초 이후 혹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10월 이후로 봐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절하가 크게 됐다”며, 외환 당국인 한은이 현 환율 레벨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은이 연속 인하를 단행한 역대 사례를 살펴봐도 이번달 금리 인하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다. 금통위가 두 차례 이상 연달아 금리를 내린 시기는 국가적 위기가 발생해 실물 경제에 충격이 미친 후였다. 직전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다. 당시 매 금통위 회의마다 금리를 인하했으며, 한 번에 100bp까지 내리기도 했다. ‘닷컴 버블’과 미국 9·11 테러가 겹친 2001년 7~9월에는 연속 세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날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나오는 수정경제전망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기대비 0.1% 증가로 나오면서 한은과 시장의 예상치(0.5%)를 크게 밑돌았다. 통관 기준 월 수출 증가율은 지난 7월 13.5%를 고점으로 둔화세다.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 8월 우리 경제가 올해 2.4% 내년 2.1%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데일리 설문 결과 전문가 11명의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올해 2.2%, 내년 1.9%였다. 전망대로라면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게 되는 것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을 종전 2.2%에서 2.0%로 낮춰 잡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존 2.1%에서 2.0%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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