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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허가받아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내국인 일자리 침해 혹은 국내 노동시장에의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한국인 노동자가 선호하지 않는 농축산업·어업·제조업·건설업·일부 서비스업으로 한정됐다. 제조업은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인 기업의 사업장에 대해서만 허용을 했다. 중견기업은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는 중견기업도 지방에 소재한 뿌리산업에 대해서 제한적으로 E-9도입을 허용했다. 뿌리산업 전반적으로 겪는 인력난 타격을 중견기업도 받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에 따르면 2015년 1만 514명 가량 부족했던 인력은 2021년 1만 4555명으로 6년 만에 4000여명이 늘어났다. 뿌리산업 중견기업에서도 지난해 기준 10곳 중 7곳 꼴로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문제는 중견 제조기업에 대한 외국인 인력 도입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중견기업연합회 관계자는 “수도권 본사 제한을 풀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수도권에서도 변두리 지역에 있는 뿌리기업은 교통편이나 문화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방 만큼이나 인력 문제가 심각하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 한해서라도 적용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방에 있는 다른 제조업 분야에 대해서도 “뿌리산업 만큼 현장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움이 많은 상황으로 외국인 고용을 전향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덛붙였다. 중견기업 통계에 따르면 중견 제조기업 취업자 수는 2019년 65만 9000명에서 2022년 64만 1000명으로 3년 간 1만 8000명 줄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외국인 인력이 수도권 중견 제조업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도 인력난이 심각한데, 외국인력이 중견기업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력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 하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임무송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출생 등으로 내국인 생산 인력이 부족하니 외국인 인력을 늘려주는 게 불가피하다”면서도 “지금도 수도권·대기업으로 인력이 쏠리고 있는데, 외국인까지 그런 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회갈등이나 노동시장 왜곡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