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신이 통장관리를 잘 하지 못해 가까이 지내는 자식에게 통장을 맡기는 사례들이 많다. 그런 자식은 부모의 통장, 도장을 가지고 있으면서 비밀번호까지 알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쉽게 자신의 계좌로 돈을 옮길 수 있다. 특히나 부모가 치매에 걸린 상황이라면 다른 자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살아계시기 전에는 이러한 내용을 모르다가 나중에 돌아가시고 분쟁이 생긴 후에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부모가 살아계실 때부터 한 자식이 이렇게 부모의 돈을 마음대로 관리하고 인출한다면 부모에 대해 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을 신청해 제3자가 부모의 재산을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성년후견은 장애, 노령, 그밖에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에 법원의 감독을 받아 재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성년후견인은 복수의 후견인의 선정도 가능해 재산관리뿐만 아니라 신체관리 등의 업무도 수행한다.
자식이 임의로 돈을 횡령하거나 절취한 사실을 소명하면 그 자식은 후견인이 될 수 없고, 다른 자식이나 법률전문가가 후견인이 된다. 그리고 재산을 횡령해간 자식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반환소송을 통해 금원을 회수할 수 있다.(불법행위지만 친족상도례에 따라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이런 경우 다른 자식이 가정법원에 후견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허가청구를 해 소송권한을 수여받아 소송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소송은 당사자가 피해자인 부모가 되는 소송이므로 이러한 절차를 밟아서 치매에 걸린 부모 대신 후견인이 소송을 할 수 있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 한 자식이 부모의 돈을 함부로 인출해 간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상속인으로서 소송이 가능하다. 상속재산은 상속인들간에 공동으로 상속을 받기 때문에 상속권을 침해당한 상속인은 불법행위를 한 상속인을 상대로 반환청구가 가능하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하면서 부모의 통장에 대한 금융조회가 가능해 일방적으로 돈을 가져간 상속인의 상속분을 줄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상속인들은 부모가 자신에게 돈을 증여한 것이라고 하거나 빌린 돈을 받은 것이라고 항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한다. 상속인이 직접 통장으로 송금 받은 것이 아니라 부모의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사용했을 경우에는 그 상속인이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필자의 경우 당일 부모 통장에서 현금으로 인출해서 자신의 통장에 일부 적은 금액으로 입금한 사례를 맡았는데, 그 돈을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경위를 밝히지 못했음에도 법원은 이를 부모의 돈이라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한 경우가 있었다. 판사는 경험칙을 통해 사건에 대한 올바른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능했음에도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면서 불법행위를 한 상속인에게 유리한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부모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나 아직 치매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가정법원을 통해 후견인 선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나 상속인들 간의 재산분쟁의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성년후견을 자식들도 신청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성년후견제도가 부모의 재산이 어느 한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기능이 있음은 실무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돈을 밝히는 자식은 부모를 모시고 있으면서 다른 자식들은 못 보게 하고, 부모의 판단을 흐리게 하면서 돈을 빼가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