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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쌤'으로 청소년들과 함께…SPO의 하루[경찰人]

권효중 기자I 2023.05.23 06:03:00

유민상 경기 평택경찰서 SPO팀장 인터뷰
1인당 평균 23.4개교 맡아 ''학폭'' 등 관리
"신조어 배우고 일상 함께…''공감대'' 쌓아야"
"처벌 넘어 예방·회복으로…지속 관심 필수"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아이들이 가정이나 학교에 말하지 못하는 사연을 믿고 말할 수 있는 어른으로 여겨주고 저를 ‘경찰 아저씨’가 아닌 ‘경찰관 쌤(선생님)’이라고 불러줄 때 보람이 커요.”

유민상 경기 평택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 팀장(경위)은 지난 19일 이데일리와 만나 SPO만의 보람을 이렇게 설명했다. 단순한 선도와 처벌을 넘어 청소년 범죄 예방은 물론, 바른 성장을 도와주는 게 SPO의 역할이라고 유 팀장은 강조했다.

유민상 평택경찰서 SPO팀장이 지난 19일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권효중 기자)
“청소년 일상 함께하며 ‘공감대’ 쌓아가야”

유 팀장은 파출소 순경부터 시작해 수사·교통 등 다양한 현장을 거쳐 2017년부터 경기 평택경찰서에서 SPO로 활동 중이다. 그는 딸이 초등학교 1학년 때 ‘학부모 재능기부’로 나갔던 경험을 계기로 SPO를 선택했다. 유 팀장은 “학교에서 경찰관이 하는 일, 안전한 등·하교 등에 대해 강의했는데, 그때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며 “학생 관련 업무를 하면 보람이 크고, 딸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했다.

현재 유 팀장과 SPO팀 5명은 관내 총 115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일반 초·중·고교는 물론 특수학교와 대안학교도 포함된다. 1인당 평균 23.4개를 담당하는 것으로, 소속된 경기남부경찰청 평균(1인당 약 14개)보다 많은 수준이다. 유 팀장은 “간밤에 접수된 학생들 관련 신고를 확인한 후 담당 학교를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짧다”고 했다.

SPO는 학교 폭력 관련 신고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각종 예방교육과 안전 캠페인도 전담한다. 특히 평택서 SPO는 2018년부터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수능 응원 물품 전달과 범죄 예방 교실(폴가드), 멘토링, 경찰 체험 행사 등 다양한 활동도 자체적으로 실시하며 청소년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유 팀장은 “요즘 세대가 쓰는 줄임말과 인터넷 용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 업무라서 몰래 검색해보며 공부한다”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신뢰와 공감을 쌓아야 원활한 활동이 가능해진다”고 웃었다.

“예방과 교육, ‘따뜻한 보호자’ 될 수 있어야”

코로나19 이후에는 학교 폭력이 온라인 공간으로도 옮겨가면서 SPO가 들여봐야 할 곳도 넓어졌다. 유 팀장은 “코로나를 겪으며 학생들의 의사소통이나 갈등 대처 방식이 많이 서툴러졌다”며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모욕이나 집단 괴롭힘도 늘어난 만큼 수시로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등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울감 등 심리적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에게는 전문 상담기관을 연결해주며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우울증 갤러리’가 논란이 되기 이전부터 평택시와 협업해 ‘청소년 안전망’과 학교 내 위기관리위원회를 운영해오고 있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친밀감을 형성하고 공감대를 바탕으로 꾸준히 지켜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회복적 경찰활동’처럼 피해자가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돕는 것도 SPO에겐 중요한 일로 꼽힌다. 회복적 경찰활동은 가해자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대화 모임을 통해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유 팀장은 “당사자는 물론 학부모, 학교 관계자 등 많은 사건 관계자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노력 덕택에 평택서는 지난 3개월 간 전국 경찰서 중 ‘회복적 경찰활동’ 부문 실적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유 팀장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갈등도 생각보다 많다”며 “학교 내 징계나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회복을 돕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청소년 문제가 확산하면서 SPO의 업무는 단순히 학교 폭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지속적인 인력 확충은 물론, 지역사회 협력을 통해 청소년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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