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에 2030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 사기)족이 돌아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차규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3년 7월~2024년 6월)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액은 32조 9000억원으로 직전 1년간(2조 8000억원)보다 12배 가까이 불어났다. 증가 내역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30세대가 전체의 38.9%를 차지해 다른 연령대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집값이 오르면서 2030세대가 빚 내서 집 사기 대열에 나선 결과다.
이 같은 현상은 문재인 정부 시절을 연상케 한다. 2019년 무렵 집값이 오르자 2030세대가 빚 내서 집을 사기 시작했고 이듬해 코로나19로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자 영끌이 열풍처럼 번져 나갔다. 이는 젊은 세대를 빚더미 속에 몰아넣었고 집값 폭등을 야기해 국민경제에 막대한 부담을 안겼다. 이후 글로벌 고금리 시대가 닥치자 영끌족은 이자 폭탄을 맞았고 집값은 하락해 집을 처분해도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최근의 영끌족 귀환은 가계빚 급증과 집값 폭등을 초래했던 문 정부 시절의 영끌 열풍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부동산 대출 규제를 푼 것이 화근이 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22년 LTV(담보인정 비율)를 40%에서 70%(생애 최초 주택 구입시는 80%)로 대폭 올렸다. LTV는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이다. 윤 정부는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웠고 당시는 부동산 침체기여서 별 탈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올 들어 부동산 경기가 상승 국면에 들어서면서 주담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단초가 됐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7월 한 달에만 7조 6000억원이 늘어 문 정부 시절을 능가하고 있다.
문 정부 시절 극에 달했던 영끌 열풍이 윤 정부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주담대 급증과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가져올 위험이 커졌다. 주담대가 급증하면서 이미 서울 아파트 값은 22주 연속 뛰고 있다. 영끌과 집값 상승을 막으려면 시중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LTV 규제를 강화해 부동산 대출 문턱을 다시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