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갇힌 감사선임]"3%룰 폐지·의결정족수 완화해야”

박태진 기자I 2020.03.09 00:23:00

상장사협의회·전문가, 자본시장 취지 역행 주장
“섀도보팅제 폐지 후 대안 없어…정족수 제한 풀어야”
소액주주 유일한 견제장치…정부 “상법개정 계획 없어”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매년 반복되는 감사선임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3%룰을 폐지하고 의결정족수 제한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룰이 최초 도입됐을때와는 환경이 많이 바뀐데다 결국 감사선임을 못한다면 대주주 견제라는 3%룰의 목표와도 배치된다는 점에서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코스닥협회 측은 “3%룰을 폐지해야 기업들이 감사선임에 대한 어려움을 덜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상장사들이 폐지를 원하고 있다”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감사선임 부결이 많은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장협의회 관계자는 “이 규정은 사적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사적재산권에 관련된 사항을 제한하려면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고, 실질적인 논의 및 사회적 합의도 있어야 한다”며 “최대주주 의결 주식을 3%로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1962년 상법이 제정된 이후로 3%룰이 도입됐지만,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 수가 없는데다 현재 국내 상장사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는 환경에서는 뒤처진 제도라는 지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상법을 만들 당시 최대주주가 감사를 임명하면 서로 유착할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 관련 제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지금은 국내 상장사들이 해외 대기업들과 경쟁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글로벌 스탠다드 기준에 맞춰야 하는데 60년이 넘도록 예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게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의결정족수 제한도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17년 말 폐지된 섀도보팅(출석 주주의 찬반비율대로 불참석 주주가 투표했다고 가정해 의결권을 처리)제도에 준하는 대안 마련도 촉구했다.

최 교수는 “예전에는 섀도보팅제도라도 있어 주주들이 소수만 참석해도 의결권 행사에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이 제도 폐지 이후 아무런 대안이 없다”며 “금융위원회가 진정으로 기업들을 돕고 싶다면 정족수 문제를 풀기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나 금융위 모두 3%룰 관련해 보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장사들의 어려움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엔 공감하지만 법무부 소관 상법 개정 이슈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의견을 낼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나마 기업들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전자투표를 제안하고 기관의 의결권 행사 독려 정도”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장사들로부터 3%룰 폐지 요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법 개정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각에서는 3%룰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완전 폐지보다는 감사선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일정부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같이 소액주주를 홀대하는 나라에서 3%룰마저 폐지되면 최대주주가 회사 경영에서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대주주가 지분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감사선임을 통해 소액주주들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3%룰은 대주주 견제 장치가 되기 때문에 기업의 편의만 놓고 따질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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