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은행권 고위층이 밀레니얼 세대인 90년대생 젊은 직원과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젊은 층과 공감대를 확대해 생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고 젊은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마케팅 등에 활용하려는 차원이다.
|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신한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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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후배가 선배의 조언자가 되는 바텀업(Bottom-Up) 형식의 ‘리버스 멘토링(Reverse Mentoring)’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중이다.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조직 내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을 실천하고 젊은 사고와 트렌드, 아이디어들을 다양한 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다. 임원 한 명 당 젊은 멘토 3명을 매칭해 다달이 한 두 번 만나 현안에서부터 자유주제까지 폭넓게 논의를 한다.
특이한 것은 임원들이 멘티(도움받는 사람) 젊은 직원들이 멘토(도움주는 사람)가 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사회나 은행 경험이 많은 임원이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게 아니라 젊은 직원들의 생각이나 감각을 배우는 식이다. 가령 그룹 내 논의하는 현안이 있으면 임원이 젊은 직원의 감각과 트랜드를 전수받거나 혹은 90년대생이 자주 보는 유튜브 영상이나 젊은 직원들의 여가 활용법을 배우는 게 대표적이다. 한 신한은행 임원은 “임원이 가르친다기보다 배우는 입장에서 논의한다”며 “요즘 젊은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배우는 게 정말 많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도 임원과 젊은 직원 접점을 확대 중이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은 최근 젊은 직원의 모임 ‘이노베이터’ 를 찾아 대화를 나눴고 임원들이 멘티가 되고 젊은 직원이 멘토가 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도 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90년대생 직원 20명과 만나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김 회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원들에게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을 권장하기도 했다.
| 김광수(오른쪽 두 번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5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한 식당에서 진행된 90년대생 직원과의 간담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농협금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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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도 지난해말부터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은행의 경영진에게 전달하고 실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채움멘토단’을 도입해 운영중이다. 채움멘토단은 세대 간 갭(Gap)을 20~30대 멘토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채운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은 주요 현안에 대해 자율적인 이슈를 도출하고 관련 이슈에 대한 토론 및 발표를 통해 조직혁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아이디어뱅크보드(IBB)’를 운영중이다. IBB 구성원은 지점장 이하 전직원이 대상이며 매년 1년 단위로 활동하고 있다.
|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왼쪽 세번째)이 ‘채움멘토단’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우리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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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90년대생을 중심으로 젊은 직원과 소통을 강화하는 이유는 이들이 이전 세대와는 다른 특징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과 회사생활의 구분이 확실하고 조직보다 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한 편이다. 이런 변화를 고려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한편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 90년대생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과거 조직문화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하기보다 이들의 특성을 끌어안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