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여 만에 벌써 두 작품째 호흡이다.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다. 28일부터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오페라 ‘마술피리’에 함께 출연하는 허영훈 테너와 김순영 소프라노다. 본 공연을 앞두고 서로에 홀딱 빠진 두 사람은 ‘분더바’(Wunderbar·근사하다는 뜻)라는 외침으로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허영훈과 김순영은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연습동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김순영은 여태껏 만난 소프라노 중 가장 ‘마술피리’와 닮았다” “허영훈은 실크 같은 목소리를 가진 테너”라며 서로 칭찬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공연한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서 호흡을 한차례 다졌다.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양대 성악과 동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허영훈을 말할 때 ‘선배님’이라는 호칭이 김순영의 입에 잘 붙었다.
허영훈은 “파미나를 연기하는 김순영의 목소리만으로도 관객이 매료될 것”이라며 “가냘파 보이나 강인한 파미나의 매력을 담는데 이만한 소프라노가 없다”고 영민함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나만 잘하면 될 텐데”라고 눙쳤다. 김순영은 “무대 위에서 어리바리할 때마다 항상 도움을 많이 주시는 고맙고 든든한 분”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제는 편하게 부르실 때가 됐는데 아직도 존칭을 하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테너와 달리 목소리가 정말 부드러워요. 틈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촘촘해 듣기만 해도 행복해지죠. 입학했을 때 ‘허영훈이라는 놀라운 테너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을 정도였죠. 유학을 가서 학교를 같이 다니진 못했지만 ‘유쾌한 미망인’에 이어 ‘마술피리’까지 함께할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김순영)
‘마술피리’는 납치당한 공주를 구하러 마술피리를 가지고 가는 왕자의 이야기다. 1791년 말년의 모차르트가 남긴 작품으로 미혹의 어둠과 복잡한 미로 속에 진정한 지혜와 사랑을 추구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국립오페라단의 2019년 첫 작품으로 독일에서 온 연출가 크리스티안 파데와 디자이너 알렉산더 린틀이 만든다. 지휘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토마스 뢰스너다.
모차르트가 창조한 환상의 동화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생생했다. 스무 번 넘게 같은 무대에 오르더라도 헤어나올 수 없는 그 매력을 가졌다. 연극적인 요소를 더한 색다른 ‘마술피리’에 두 사람은 홀딱 빠졌단다.
“그저 예쁘기만 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다채롭지 못하다는 분도 있겠죠. 하지만 이번 ‘마술피리’는 달라요. 그동안 숱하게 많은 ‘마술피리’를 겪었지만 이번엔 달라요. 무대 위는 훨씬 더 역동적이고 캐릭터에 강하게 감정을 이입했죠.”(허영훈)
타미노 역의 허영훈 테너는 독일 카셀극장 전속가수로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다 2015년 한국에 돌아왔다. “고국에서 ‘마술피리’ 무대에 오르니 훨씬 마음이 편하고 연기도 수월하다”며 “200년의 시간과 수십킬로미터의 공간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즐기러 오시라”고 권했다.
김순영 소프라노는 여느 때보다 주체적인 캐릭터 파미나를 연기하겠다고 했다. 최근 뮤지컬 ‘팬텀’에 출연하는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 그다. 다양한 경험에서 오는 내공을 무대에 쏟겠다고 했다. “소극적이고 순수한 여인이 아니라 자립심 강하고 강인한 내면을 가진 인물”이라며 “마치 연극을 보듯 생생하고 재기 발랄한 마법의 세계를 경험할 것”이라 예고했다.
준비는 끝났다. 본 공연이 며칠 남지 않은 만큼 ‘스탠바이’에 들어간다. 허영훈은 맵거나 짠 음식을 피하며 목 관리에 들어갔다. “‘마일드’한 설렁탕으로 체력관리를 한다”며 초콜릿 등으로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한다고 밝혔다. 김순영은 더 오래 꿈꾼다. 저녁 9시에 잠들어 7시까지 깨지 않고 잠든다. “깊게 자야 ‘새로고침’을 한 듯 개운한 마음으로 공연에 임할 수 있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