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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제약업 성장 위해 양벌규정 합리화 필요

강경훈 기자I 2018.06.15 04:00:00
[갈원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직무대행] 소비심리가 수개월째 위축되면서 내수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도 둔화하고 있다. 유가와 금리 등 대외 변수에 향후 경기는 안갯속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둔화가 장기화하고 있어 각 나라별로 미래 경제를 주도해 나갈 새로운 성장동력 출현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제약산업에 대한 기대와 주목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제약산업은 타 산업과는 달리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6% 이상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현재는 연간 1200조원 규모를 형성한다. 2020년에는 1600조원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6년 21조 7000억원으로 20조원을 넘어섰으며, 수출도 가파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의약품 수출액은 31억 2039만달러(약 3조 3450억원)로, 최근 5년간 매년 1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산업은 고용창출은 물론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고용 있는 성장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약산업을 미래 신성장산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해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제약산업에 대한 연구·개발 예산을 통합·관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연구개발 예산을 하나로 합치면 효율적인 집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져 글로벌 신약 탄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제약업계는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매해 연구·개발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인공지능 활용 등 새로운 신약 개발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일부 제약기업들은 인공지능 업체와 손잡고 항암제 등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협회는 가칭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 설립 작업에 한창이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활용방안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지난 3월에는 추진단을 구성해 현재 16개 제약기업이 시범적으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는 윤리경영에 매진하는 등 의약품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윤리경영 표준이라 할 수 있는 ‘ISO 37001’을 도입키로 결정하면서 현재 7개 제약사가 ‘ISO 37001’ 인증을 획득했다. 다른 제약사들도 순차적으로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제약기술은 물론 윤리경영 수준을 획기적으로 격상시켜 산업 전반의 역량을 향상시켜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련 제도 미비로 인해 기업의 윤리경영 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제약사에 행정처분을 부과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형사처벌은 양벌규정에 관한 예외조항이 존재한다.

즉, 회사 측이 구성원에 대해 주의·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행정처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구성원 개인의 일탈에 의한,즉 회사 측에 귀책사유가 없어도 행정적 처벌은 뒤따른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혁신형 제약기업 제외, 약가인하, 급여 정지 등 수백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피해가 초래된다. 특히 경제적 피해는 물론 사회적 인식, 신뢰도 저하 등 기업 입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양벌규정의 미비는 윤리경영을 위해 노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차별성을 약화시켜 향후 기업의 윤리경영 제고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리경영 정착을 향한 기업체의 노력과 의지가 저하되지 않도록 개선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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