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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들이 호찌민으로 가는 까닭은

이성기 기자I 2015.08.05 06:00:00

해외에서 ''새먹거리 찾기''
베트남·미얀마·필리핀 급부상
BNK·농협 회장 동남아로
교육·농업개선 ''후방지원''
24일 아세안 대사 면담에
17개 은행장 참석 요청 쇄도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성세환 BNK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레 황 꿔엉 베트남 호치민 시장을 만나 호치민시(市)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학교 신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베트남 호치민’ 자매 결연 20주년을 기념하는 ‘부산데이’ 행사 차원에서 현지를 방문한 성 회장은 미화 5만 달러 상당의 사업비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앞서 BNK그룹은 지난 2013년 태풍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베트남 중부 지역에 의류 1만 벌과 5톤 물량의 학용품을 지원했고 지난해에는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베트남 고교 졸업생들을 선발, 부산시와 부산 지역 5개 대학과 협력해 장학금 및 체재비를 지원하는 교육 사업을 실시 중이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달 23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해외로 향했다. 목적지는 미얀마. 이상무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국내 축산기업 최고경영자(CEO)등이 김 회장과 함께 했다. 김 회장은 사흘 간 미얀마에 머물면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 민트 흘라잉 농업관개부장관, 틴 투 국가경제자문위원장 등을 만나 경제·금융 협력 방향과 농협금융의 미얀마 진출에 대해 협의했다.

동남아를 향한 국내 금융권의 ‘구애’가 뜨겁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에 따른 수익성 감소 등 경영 악화 속에서 해외 진출로 신(新)성장 동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특히 국내 금융권은 시장 성장성과 수익성 등 여러 이점을 이유로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신한생명도 지난 6월 첫 해외 진출 사업으로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주재 사무소를 열었고 우리은행은 베트남 지점의 현지 법인 전환을, 농협과 부산은행은 주재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각각 추진 중이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베트남 법인을 두고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은 중국과 함께 국내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동남아 국가”라며 “최근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 등으로 국내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 핵심 국가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시장이 국내 금융권의 핵심 진출 지역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은행 수장들은 이달 24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의 지역협력기구) 소속 주한 대사들을 만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한 차례 여는 이사회 자리를 빌어 국내 금융권 CEO들과 주한 외교관 수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셈이다. 이 자리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 멤버가 아닌 다른 은행장들도 참석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해 평소 보다 많은 은행장 17명 정도가 올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진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이번 자리는 국내 금융권의 외교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장들이 주한 외교관들과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금융권의 요청에 따라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베트남은 현재 진행 중인 은행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신규 인가를 보류한다는 방침인 만큼 금융당국이 나서 해외 진출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임 위원장은 지난 5월 방한한 부 반 닝 베트남 부총리에게 국내 금융회사의 베트남 진출 지원을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포화 상태인 국내 금융시장을 벗어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소액대출, 보험 등 금융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정책기관과 협력하는 투자 방안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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