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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의 과장 섞인 농담 속 추억의 이름이 있다. 한때 저렴한 가격으로 양주의 문턱을 낮췄지만, ‘가짜 양주’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붙었던 술 ‘캪틴큐’가 돌아왔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2015년 “시대를 뒤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다”며 생산을 중단한 지 무려 11년 만이다. 짙은 녹색 병과 선장 로고는 익숙한 모습 그대로지만, 술의 내용물은 달라졌다. 추억을 소환하는 데 그칠지, 과거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새로운 소비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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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첫선을 보인 캪틴큐는 럼(Rum)을 기반으로 한 리큐르 제품이다. 과거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의 ‘위스키 대용품’이자 송년회 단골 손님이었다. 출시 이듬해까지 1000만병이 팔릴 정도로 호응을 얻었고, 1985년에는 휴대하기 편한 180㎖ 제품도 선보였다. 1980~1990년대 술자리와 야유회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추억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브랜드의 명성이 온전히 좋은 기억으로만 남은 것은 아니다. 캪틴큐는 1991년부터 럼 원액을 빼고 주정에 럼향 등을 더하는 방식으로 제조됐다. 일부 유흥업소에서 가짜 양주를 만드는 데 캪틴큐를 사용한 사례까지 알려지는 등 폭음 문화의 상징으로 낙인찍히며 점차 대중의 시선 속에서 멀어졌다. 결국 롯데칠성음료는 2015년 하반기 생산 중단을 선언하며 퇴장했다.
그렇다면 롯데칠성음료는 왜 11년 만에 다시 캪틴큐의 봉인을 해제했을까? 최근 유통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레트로(Retro)’와 ‘뉴트로(New-tro)’다. 중장년층에게는 젊은 날의 향수를, 과거를 직접 겪어보지 않은 MZ세대에게는 신선한 ‘밈(Meme)’이자 호기심의 대상인 복고 콘텐츠가 강력한 소비 동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단종 이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콘텐츠에서 캪틴큐가 꾸준히 회자된 점에 주목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과거 추억을 소환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해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재출시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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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캪틴큐는 과거의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오늘날의 까다로운 주류 트렌드에 맞춰 환골탈태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패키지다. 특유의 클래식하고 묵직한 멋을 살리되, 현대적인 인쇄 기술과 세련된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촌스러움’ 대신 ‘힙한 레트로 감성’을 극대화했다.
원료와 제조 방식에서도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졌다. 과거 ‘숙취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오명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해, 원료 정제 과정을 고도화하고 품질 관리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다. 알코올 특유의 찌르는 듯한 잡향을 줄이고, 럼 고유의 부드러운 풍미와 깔끔한 목넘김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시고 난 다음 날이 두렵지 않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현대적인 주조 기술을 아낌없이 녹여냈다.
새 캪틴큐는 정통 캐리비안 럼 원액을 사용하고, 버번 캐스크에서 1차 숙성한 뒤 페드로 히메네즈(PX)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하는 2단계 숙성 과정을 거쳤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제품 용량은 360㎖, 알코올 도수는 35도다.
재출시 후 SNS 들썩
재출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는 그야말로 들썩이고 있다. 과거 캪틴큐와 함께 청춘을 보낸 중장년층은 “군대 시절, 혹은 대학 MT 때 속이 타 들어가던 그 술이 진짜 돌아오냐”며 추억을 소환했다. 반면, 기성세대의 무용담이나 밈으로만 캪틴큐를 접했던 MZ세대는 “오히려 레트로 끝판왕이라 호기심이 생긴다”, “파티용으로 한 병 사서 인증샷을 찍고 싶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캪틴큐 재출시를 기념해 대형마트와 주요 편의점을 중심으로 초기 물량 공급에 나섰다. 레트로 열풍을 타고 초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는 등 시장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뜨겁다. 재출시를 기념한 한정판도 마련했다. ‘캪틴큐 보물상자’는 캪틴큐 2병과 스테인리스 전용잔, 기념주화로 구성했다. 총 1만2000세트 가운데 1980세트에는 1.5돈 상당의 순은 기념주화를 넣었다. 1980년 출시 연도를 활용해 브랜드의 역사를 강조한 구성이다. 한정판을 통해 소장 가치를 부각하고 소비자의 호기심을 구매로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는 향후 팝업스토어 운영이나 한정판 굿즈 협업 등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제성이 실제 구매와 반복 소비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레트로 제품이 일회성 호기심을 넘어 시장에 안착하려면 맛과 가격, 구매 편의성 등 실질적인 경쟁력도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가짜 양주’라는 짓궂은 오명을 당당히 훈장으로 바꾸며 11년 만에 화려하게 귀환한 캪틴큐가 대한민국 주류 시장에 다시 한번 ‘추억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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