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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 거래소(DEX)가 던지는 구조적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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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6.04.27 07:00:04

[오문성 교수의 블록체인 Pick]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암호자산 시장에는 이름부터 흥미로운 서비스들이 많다. 유니콘을 상징하는 유니스왑(Uniswap), 음식 이름을 붙인 스시스왑(SushiSwap), 그리고 단 1인치의 차이까지 찾아준다는 1인치(1inch)까지. 가볍게 들리는 이름이지만, 그 이면에는 ‘중개자 없는 금융’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담겨 있다.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업비트나 빗썸과 같은 중앙화 거래소(CEX)는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중간에 운영 주체가 존재하며 이용자는 계정을 만들고 자산을 맡긴 뒤 거래를 수행한다. 이 구조에서는 자산의 통제권이 거래소에 있는 만큼 해킹이나 파산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 및 배상 책임의 1차적 주체가 거래소가 된다.

반면 탈중앙화 거래소(이하 DEX)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메타마스크(MetaMask)와 같은 개인 지갑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거래에 참여하고 자산을 스스로 보관하는, 말 그대로 “내 코인은 내가 관리하는 구조”다. 중개자가 없는 만큼 거래는 빠르고 개방적이지만, 그만큼 책임 역시 개인에게 전가된다. 개인키를 분실하면 자산을 영구히 되찾을 수 없다. 탈중앙화는 자유의 확장이지만 동시에 책임의 개인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과는 전혀 다른 질서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챗GPT)
이러한 차이는 거래가 이뤄지는 방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니스왑이나 스시스왑과 같은 DEX에서는 특정한 거래 상대방을 찾을 필요 없이 언제든지 코인을 교환할 수 있다. 이는 ‘유동성 풀(Liquidity Pool)’이라는 구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사람이 아니라 스마트 계약이 관리하는 ‘거대한 공동 자금함’과 거래하는 방식이다. 이 안에는 여러 이용자가 미리 예치해 둔 자산이 들어 있고,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두 자산의 비율이 변하면서 가격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즉 가격은 사람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결정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특정 거래소의 승인을 기다리거나 거래 상대방을 찾을 필요 없이 개인 지갑을 통해 언제든 즉각적으로 자산을 맞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풀(Pool) 내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거나 공급된 자산 규모에 비해 거래량이 과도하게 클 경우 자산 비율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원하는 가격보다 불리하게 체결되는 이른바 슬리피지(Slippage)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탈중앙화 거래가 단순히 중개자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격 형성 방식이 수식과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1인치와 같은 ‘DEX 애그리게이터(Aggregator)’ 서비스까지 등장하며 생태계는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이 서비스는 수많은 쇼핑몰의 정보를 모아 최저가를 찾아주는 ‘네이버 쇼핑’이나 ‘다나와’와 같은 가격 비교 서비스와 유사하다. 이용자는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거래를 수행한다고 느끼지만 실제 시스템 내부에서는 최상의 조건을 찾기 위해 여러 거래소의 가격과 유동성을 동시에 비교하고, 거래를 나눠 실행하는 복잡한 과정이 이뤄진다.

즉 하나의 거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수의 거래가 분산돼 이뤄지는 구조다. 이러한 방식은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거래의 경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거래 주체를 식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문제는 이러한 코드 기반의 자율적 구조가 기존의 법적·행정적 제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과세 체계는 금융기관이 거래 기록을 남기고 이를 과세당국에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DEX에서는 거래가 개인 지갑 간에 이뤄지고 나아가 1인치와 같은 애그리게이터를 통해 거래가 여러 경로로 분산 실행되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과세 단위로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한계를 넘어 기존 과세 시스템이 전제하고 있던 ‘중개자 중심 구조’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규제의 영역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시행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주로 거래소(VASP)와 같은 중앙화 된 중개기관을 규제 대상으로 삼아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 거래 감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특정 운영 주체 없이 프로그램으로만 작동하는 DEX는 이러한 제도적 울타리 밖에 놓여 있다.

즉 기존 규제 체계가 상정하는 ‘관리 주체’ 자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 이는 전통 금융의 핵심 기능이 코드로 대체되면서 기존의 중개기관 중심 규제가 근본적인 사각지대에 직면했음을 시사한다. 결국 DEX는 단순한 새로운 시장이라기보다 국가의 과세 및 규제 권한 자체를 재검토하게 만드는 구조적 도전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변화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적 도구의 등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가 자산을 통제하고, 누가 책임을 지며,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다. 중앙화 거래소가 편리함 대신 통제를 동반한다면, 탈중앙화 거래소는 자유를 제공하는 대신 그에 따른 모든 위험을 개인에게 귀속시킨다. 블록체인이 바꾼 것은 거래의 기술만이 아니라 책임의 귀속 그 자체다.

결국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자유로운 금융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보호받는 금융을 선택할 것인가.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 위에 어떤 법과 제도를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국가는 이 새로운 금융 질서를 어떻게 제도권 안으로 수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이용자 역시 그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 법무법인 SL파트너스 고문.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한국회계학회·삼일회계법인 저명교수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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