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태원역 인근 골목길, 경사진 골목 한 켠에는 인근 상점에서 내놓은 듯한 쓰레기와 잡동사니가 놓여 있었다. ‘물건을 쌓아두면 구청에서 연락이 온다’는 내용의 안내문도 붙어 있었지만, 밤이 깊어지자 담배를 피우는 인파까지 몰려들어 혼잡했다.
이데일리가 10·29 이태원참사 1주기를 앞두고 지난 19~20일 둘러본 이태원 일대엔 여전히 위험요소가 도사린 모습이었다. 어느덧 1년 가까이 지나 주말 밤이면 예전처럼 활기를 띄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1년 전 참사를 떠올리며 사람이 붐비는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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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지난해 참사가 발생했던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골목길은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을 위해 일부가 가려져 있었다. 가벽이 설치된 곳에서는 포스트잇을 둘러 보거나, 메시지를 적는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참사 이후 한때 인근 가게들은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지만, 어느덧 1년 가까이 지난 만큼 밤이면 환하게 불을 켜고, 음악을 틀어둔 모습이었다. 일부 가게에서는 길 밖으로 나와 호객까지 했다.
클럽들이 다수 밀집해있는 거리는 여전히 사고 위험성이 높아 보였다.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가득 차며 움직임이 둔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몸집이 작은 여성들의 경우 남성들과 부딪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태원 클럽을 종종 찾는 20대 여성 A씨는 “예전에는 소위 ‘어깨빵’하며 지나가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몰랐는데 작년 참사 이후에 좀 더 느끼게 된 것 같다”면서 “좌측 통행을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구분 선 등을 거리에 붙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이태원에서 만난 이들은 “불안함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점 직원인 20대 B씨는 “2층 등 계단을 오르내리는 손님 중 취한 사람이 있으면 혹시 모르니 끝까지 뒤에서 지켜보곤 한다”고 말했다. 이태원을 찾은 20대 여성 C씨는 “사람이 많은 것을 어느 정도 각오하고 오는 곳이지만, 혼잡도가 높으면 줄을 치거나 하는 관리가 이뤄지면 좋겠다”며 “몸집이 작은 여성들은 덩치 큰 외국인들과 살짝 부딪히기만 해도 부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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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어두운 클럽 등 내부 공간에서도 위험한 상황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태원역 인근 지하에 위치한 한 클럽, 입구부터 내려가는 계단이 비좁아 ‘사람이 몰리면 어떻게 하나’라는 우려가 들었다. 클럽 내부는 앞이 잘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공간 옆엔 테이블석이 마련돼 있었는데, 테이블석 방향에 턱이 있어 종종 걸려 넘어질 뻔한 사람들도 있었다.
춤을 추는 공간에도 붙잡을 수 있는 구조물 등이 없었고,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밀집될 경우 빠져나갈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보였다. 화장실 쪽에 마련된 비상구 표지는 작았고, 유도등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손님을 안내해주는 가드 역시 팔에 찬 형광 팔찌, 핸드폰 조명에 의지하는 것에 불과했다.
실외에 있는 공간도 마찬가지였다. 지하공간만큼 위험성이 높진 않아도 난간 등은 위험하게 보였다. 일부 사람들은 취기에 난간을 흔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실내에서 소규모의 불꽃놀이를 하면서 불꽃이 튀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됐다. 과거 클럽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술에 취해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하는 등의 사고는 예전부터 수시로 일어났다”면서 “그땐 참사 전이니까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참사 현장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 역시 꾸준했다. 일본인 니시미야(23)씨는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왔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또래의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다. 캐나다에서 한국을 찾은 D(41)씨 역시 “친구의 지인이 이곳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며 “이러한 비극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평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