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②산림청장이 시집까지 낸 까닭은

박진환 기자I 2021.08.19 06:21:00

1993년부터 재선충병·산불·조림 등 전국 다니며 나무 지켜
2010년 산림문학에 등단한후 2018년 시집 ‘나무처럼’ 출간
재임중 생태·경제가치 고려한 산림정책 재설계 완성 목표

최병암 산림청장(왼쪽 첫번째)이 5월 13일 백두대간 대관령에서 환경단체, 산림생태복원단체 등과 함께 나무를 심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3월 제33대 산림청장으로 취임한 최병암 산림청장은 지난 28년간 산림청에서만 외길을 걸어온 공직자이면서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 ‘산림문학’으로 등단한 후 2018년 시집 ‘나무처럼’을 출간했다. 1993년 공직에 들어온 후 나무와 사랑에 빠졌다는 그는 재선충병, 산불, 조림 등 담당업무가 바뀔 때마다 전국을 다니며 나무 옆을 지켰다.

그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래에 의미있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고민했고, 결론은 자연정책이라 판단했다고 한다. 행시 합격 후 소신에 따라 산림청 근무를 희망하면서 나무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그는 “1993년 산림청에 들어온 후 뜻을 바꾸지 않고, 외길을 걸었다. 초임 사무관 시절 나무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됐다”며 “우리가 가구 등 여러가지 용도로 목재를 자원으로 쓰고 있지만 나무도 고귀한 생명을 가진 생명체로 지구환경에 기저를 이루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무와 숲을 위해 일생을 바치는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공직 생활에 임했다”면서 “산지업무와 환경, 산림재해 등 업무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힘들었지만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과거 산림녹화 시절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산불과 산사태 등 재해예방 및 대응, 경제림 육성을 통한 일자리·부가가치 창출 등 상호 대립적인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기관이다. 최 청장은 “산림청의 모든 업무들이 어렵지만 가장 힘들 때는 산지업무를 담당했을 때”라고 전제한 뒤 “일단 가장 이슈가 뜨거울 때는 이해당사자간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됐다”며 공직생활을 회상했다. 그는 “모든 이해 관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며 “대부분의 쟁점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 세월 산림청에서 근무하며, 나무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생겼지만 동시에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돌은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이를 치유하기 위해 내린 처방은 바로 시(詩) 쓰기였다. 그는 “산림청은 숲과 나무를 행정대상으로 다뤄서인지 문인을 다수 배출했다”며 “모두 26명의 산림청 공직자가 등단했으며, 당시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1999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2010년 산림문학으로 등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글을 쓰는 목적은 자기수양이며, 마음속에 일어나는 갈등과 생각, 감정, 삶의 비전 등은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되고 나의 참모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을 쓰면서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이끌어갈 지표를 하나씩 만들어갔다”며 “하루 종일 각종 보고서와 서류만 보게 되면 감성이 사라지는데 글쓰기를 통해 정책현장에서 느꼈던 감정과 소감을 남겨 지나온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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