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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개념 미술가’로 작가가 지난 30여년 동안 해온 활동을 압축적으로 돌아본다. 앞만 바라보며 달려오듯 전시를 해 온 그가 그동안의 작품을 돌아보며 미흡했던 점과 보완할 점을 고민해보고자 마련했다. 이번 전시 제목 ‘사물의 뒷모습’도 그간 작가 활동의 핵심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흔히 뒷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인다고 하듯, 우리 일상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평범한 사물의 뒷모습을 통해 그 속에 담긴 삶과 세계의 진실을 발견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첫 개인전부터 최근까지 30년간 해온 오브제, 회화, 드로잉 등 작품 40여 점을 공개한다. 일부 소실된 작품은 복원하거나 보완시킨 형태로 재현했다.
1992년 독일에서 연 첫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 ‘예술가를 위한 5개 질문’ 앞에 선 작가는 “90년대 독일 유학생활 당시 제 자화상과 같은 작품”이라며 남다른 감회를 드러냈다. 벽면에는 독일어로 각각 ‘인생’ ‘예술’이라고 적힌 두 개의 문이 있다. ‘인생’이 적힌 문은 손잡이가 없어 열고 들어갈 수가 없다. ‘예술’이 적힌 문은 손잡이가 5개나 돼 들어가기 힘들다. 그 앞에는 화분 위에 죽은 나무로 만든 의자가 심겨 있다. 그는 “인생과 예술 사이 어중간한 중간지대에 있던 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겼다”며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광주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관객 참여형 작품 ‘그림을 찾습니다’의 원본을 구현한 작품도 공개했다. 당시 캔버스 200개에 소용돌이치는 바다 풍경을 그린 그림을 안 작가는 광주 시내, 숲 곳곳에 버린 후 지역 신문에 ‘그림을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냈다. 이때 작가에게 돌아온 작품은 20여 점으로 나머지 180점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설치한 작품은 이들 20여점이다. 안 작가는 “광주 길거리에 버려진 작품은 유령처럼 어딘가 떠돌고 있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실종자라고 생각한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안 작가는 앞서 3월 전시 제목과 동명의 책 ‘사물의 뒷모습’을 출간하기도 했다. 작가가 지난 2014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과 그림 69편을 엮었다. 안 작가는 “글쓰기는 제 아이디어 창고”라며 “글과 작품 사이 구분 없이 생각을 담아 전달하고 싶다”고 책 출간 이유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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