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M&A]대한항공 기내식·기판 사업부 매각 순항할까

김성훈 기자I 2020.07.18 07:00:00

대한항공, 한앤코와 기내식·기판 매각 협상
인수가격 1조 변화 조짐…치열한 실사 예고
KCGI·노조 "알짜사업 매각 우려" 이구동성
“가격 합의 관건…딜 클로징 시간 걸릴 것”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에 기내식과 기내 면세품 판매(기판) 사업부 매각을 위한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한 가운데 인수전이 순항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간에 알려진 1조원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변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대한항공 노조와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 중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까지 나서 우려를 표하고 있어서다.

지난 6일 오전 제주공항을 떠나 청주로 향하던 대한항공 KE1592편 CS300 항공기가 엔진 결함으로 회항해 승객들이 항공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은 지난 7일 기내식과 기판 사업부 매각 추진을 위해 한앤코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고 매각 업무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기내식·기판 사업부 매각 금액으로 1조원을 베팅했다는 소식이 퍼져 나갔다.

그러나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투자은행(IB)과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1조원에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측은 기내식·기판 사업부 매각 희망가를 1조원에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앤코 측은 이들 두 개 사업부에 칼호텔네트워크까지 인수하는 조건으로 1조원을 제시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앤코 측이 책정한 칼호텔네트워크 인수가격이 3000억원 안팎이었던 반면 대한항공 측은 5000억원 전후를 원하면서 양측 간 밸류에이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더욱이 칼호텔네트워크가 한진칼(180640) 자회사다 보니 지배구조와 관련된 복잡한 실타래를 풀기 여의치 않아 인수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기내식·기판 사업부만 놓고 봤을 때 매각가 1조원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내식 사업부를 5000억원 안팎에 인수하는 것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2000억원 안팎에 책정한 것으로 알려진 기판사업 밸류에이션은 변동의 여지가 남아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내식 사업부는 볼트온(유사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가정간편식(HMR) 시장 잠재력에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는 분위기다”면서도 “업계 내에서도 기판 사업부는 내년 2분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보니 현재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양측이 인수가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배타적 협상권만 부여한 점도 서로의 전략을 펼치기 위한 점과 무관치 않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사업부를 매각하더라도 일정 지분을 들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줄어들 금액을 감안하면) 세간에 흘러나온 밸류에이션이 그대로 유지되기 바랄 것”이라며 “반면 한앤코 쪽에서는 추후 실사 과정에서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조정할 것이기 때문에 치열한 가격 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KCGI 주최로 열린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서 강성부 KCGI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기간 기내식·기판 사업부 매각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요소다.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는 17일 ‘대한항공의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사업부 매각과 관련된 KCGI의 입장’ 자료를 통해 “대한항공의 경영진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시급한 유휴자산 매각을 게을리했다”고 지적했다.

KCGI는 “한진그룹 경영진은 유휴자산 매각을 통한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갑작스럽게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사업부의 매각을 결정했다”며 “기내식 및 기내면세점 사업부는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가 크고 이익률이 높아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룹의 실적 회복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며 대한항공의 결정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매각 결정을 통해 해당 부문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아 매각결정에 반대하는 노조의 활동에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16일) 대한항공 노조원들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맞은편에서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 매각 반대 집회’를 열고 “기내식 사업부 매각을 우선 추진하는 것은 조합원들을 길거리로 내몰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해당 사업 부문 직원들의 처우와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알짜’ 사업부로 꼽히는 대한항공 기내식·기판 사업부 매각은 순항할 수 있을까.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자체에는 양측이 합의했지만 가격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매각 종료가 미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며 “현재는 빠져 있지만 칼호텔네트워크 인수에 대한 불씨가 남아 있는 부분도 (최종 매각가에)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6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기내사업부 매각 반대 투쟁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