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대란 막아야죠"…코로나에 자체 고립근무 택한 영웅들

최정훈 기자I 2020.03.13 01:29:00

창원 창원음식물처리장 직원 13명, 지난달 24일부터 고립근무
시 음식물폐기물 75% 맡은 처리장 폐쇄 땐 ‘쓰레기 대란’
폐쇄 막으려 고립근무 선택…코로나 진정세 올 때까지 고립
시설 직원들 “가족 그립지만 책임감 가지고 일하고 있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의료진과 방역대원 등이 최전방에서 악전고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최후방에서 격리를 자처하며 묵묵히 업무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경남 창원시 창원음식물자원화처리장의 직원들이다. 하루 200t에 달하는 음식물 폐기물을 처리하는 처리장이 폐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 13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자체 격리를 선택했다.

지난 2일 코로나19 감염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중단되는 것을 막고자 퇴근을 하지 않고 처리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하는 근무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창원시 제공).


직원들과 거의 3주가량을 고립한 상태로 음식물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는 이동호(48) 팀장은 12일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현재 저를 포함한 13명 직원 모두 건강상 이상은 없다”며 “가족과 함께 먹는 집밥이 그립기는 하지만 모두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처리장 안에서 하루 세끼를 외부 배달음식으로 해결하고, 약 13평가량의 사무실을 개조해 간이침대를 놓고 생활하고 있다.

사료나 퇴비화 외에는 소각하거나 매립처리가 불가능한 음식물 폐기물은 처리장 운영이 필수다. 특히 창원음식물자원화처리장은 인구 105만명 가량인 창원시에서 하루 발생하는 음식물 폐기물 260t의 76.9%인 200t을 처리한다. 만일 코로나19로 인해 시설이 폐쇄되면 쓰레기 대란은 물론 시민 건강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팀장은 “음식물 폐기물 처리장은 일반적으로 배출량과 인구에 비례해서 짓다 보니 이 시설이 폐쇄되면 다른 처리장으로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며 “혹시나 음식물을 수거하지 못하게 되면 그 물량을 고스란히 가정이나 집화장에서 보관해야해 큰 불편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설은 지난해 말 증설된 후 시설을 작동하거나 보수·유지하는 전문 인력이 필요해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에 처리장을 운영할 필수 인력이 처리장에 고립돼 근무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팀장은 “현재 운전팀 9명, 보수팀 4명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소 필수 인력으로 3주 기간 동안 나간 사람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3주라는 시간은 고립된 채 생활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도 2주간 격리 기간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상황. 직원들도 고립된 생활이 수월친 않다고 했다. 이 팀장은 “가장 힘든 건 가족이 보고 싶다는 점”이라며 “또 정해진 공간 안에서만 생활하고 활동 반경이 짧다 보니 답답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가족의 대한 그리움에도 버틸 수 있는 건 사명감이다. 직원들 중에는 모친의 칠순잔치도 못 가는 직원도 있고, 결혼기념일을 떨어져 보낸 직원도 있다. 이 팀장 본인도 최근 장모상을 당했지만 처리장에 남아 업무를 이어나갔다. 이 팀장은 “직원들 모두 나가려면 나갈 수는 있다”면서도 “필수인력만 남은 만큼 다들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업무를 이어나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 6일 이후 창원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진정세가 이어지면 이들은 자체 격리를 풀고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 팀장은 “직원들 모두 마음을 다잡고 업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동요하고 있지는 않다”며 “하루 빨리 코로나19에서 안전해져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음식물폐기물 시설 가동 중단을 막자며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경남 창원 음식물자원화처리장 13명의 직원들(사진=창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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