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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의 설립 이유인 이 문구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 일성이기도 했다.
윤 총장은 시장 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의 남용 등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 척결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사로 착각할 정도다.
검찰은 반부패·강력부 산하에 공정거래 범죄 사건 처리를 연구·지원하는 조직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검찰과 공정위가 합의한 중대한 담합조사 업무협약(MOU)의 후속조치다. 양 기관은 지난해 공정위에 신고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면제) 사건 중 입찰담합과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도 포함)만 검찰이 우선 수사하기로 합의했다.
담합 등 전속고발권(공정위가 고발해야 검찰이 수사)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양 기관이 MOU를 체결해 입법부의 권위를 무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던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공정거래 수사 분야를 강화하는 조직개편안을 검토하는 것은 지지부진한 국회 논의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윤 총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정거래 사건의 형사적 접근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을 부여한 이유는 경제사건을 행정제재가 아닌 형사처벌로 접근하는 것은 과잉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불공정행위 사건은 경제적 합리성 등을 고려하는 ‘합리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다. 경영상 판단으로 했던 행위에대해 납품업체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검찰은 지난 2017년 ‘가맹점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 전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한 게 대표적이다.
1심 재판부는 동생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치즈 통행세)과 친족 등에 대한 급여지급 횡령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보복출점’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던 갑질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그사이 미스터피자는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주가는 폭락하고 오히려 가맹점주들도 큰 피해를 봤다.
유럽연합(EU) 등 대부분 국가에서 공정거래분야를 공정위 등 행정부에서 담당하고 위반사안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아닌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부과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사범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검찰이 시장에 칼을 들이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형벌 만능주의’는 시장 참여자들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검찰이 ‘교각살우’(矯角殺牛) 잘못을 저지르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