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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자들이 유별나서 그런 게 아니다. 뉴욕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십중팔구 북한 얘기를 꺼낸다. “넌 미국에 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너희 옆 나라 북한 때문에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걱정이 많을 것 같다”라는 식의 반응이다. 한국사람보다 한국을 걱정하는 미국인이 거리에 널려 있다. 한국의 평화롭고 무심한 반응이 미국에선 뉴스거리가 된다.
급기야 평창올림픽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로라 플레셀 프랑스 체육부 장관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프랑스 대표팀은 평창올림픽에 불참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노 차관은 부리나케 프랑스로 달려갔다. 노 차관을 만난 플레셀 장관은 “원론적인 얘기를 한 걸 두고 언론이 과장해서 보도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독일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독일 올림픽체육앤맹(DOSB)의 알폰소 회어만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따르는 위험부담을 책임질 수 있는가”라고 발언했다. 평창이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럴 땐 분위기를 뒤집는 강력한 카드가 필요하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이다. 자기나라 선수들이 한국에 와 있는데, 미사일을 쏠 리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으로 성사시키겠다”고 선언한 이유다. 노 차관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를 위해 대화를 시작한다는 얘기만 나와도, 아마 지금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것들이 싹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파괴력이 있는 카드다.
요즘처럼 북한과의 관계가 틀어진 상황에서 과연 북한의 올림픽 참여가 가능할까 싶지만, 노 차관은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2002년 6월 남북 간의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 연평해전이 있었지만, 그로부터 3개월 후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느냐는 거다. 노 차관은 “남북한의 스포츠 교류는 항상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마침 북한도 가능성을 열어 놓는 분위기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고 운을 띄웠고, 북한은 올림픽 예선전에 참가하고 있다. 북한의 장애인올림픽위원회는 평창의 패럴림픽에 참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평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건재하다는 걸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어쩌면 북한 선수들이 짠하고 평창에 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