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초부유층에게 50%의 상속· 증여세를 부과하는 슈퍼리치 과세안이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반대로 부결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 치러진 슈퍼리치 과세안 국민투표는 찬성 21.7%, 반대 78.3%로 부결됐다. 5000만스위스프랑(약 914억원)이상의 재산을 상속·증여할 경우 50% 세금을 부과하자는 법안의 대상자는 전체 인구 896만 명의 0.027%(2500여 명)에 불과했지만 대다수 유권자가 퇴짜를 놓은 것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스위스 국민이 이번에도 포퓰리즘을 거부하는 지혜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법안 발의자들의 주장은 부의 불평등 해소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이었다.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60억스위스프랑(약 10조원)을 거둘 수 있고, 이 돈을 기후에 악영향을 주는 각종 투자와 오염물질 배출 등의 문제 해결에 쓰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연방 정부와 의회는 “자산가들과 기업이 스위스를 떠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세수도 줄어든다”는 반론을 폈다. 분배 정의 등을 앞세워 세금을 더 물리려는 주장과 국가 경제에 무엇이 더 이익인지를 냉정히 봐야 한다는 현실론이 맞선 셈이다.
투표 결과는 스위스 국민이 국가의 정책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길 바란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불평등 해소 같은 구호를 떠나 국가가 처한 여건과 현실을 정확히 보고 힘을 보탰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자산가들의 매력적 금융투자처로 손꼽히던 스위스가 최근엔 두바이, 싱가포르 등과 초부유층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지만 성숙한 국민 의식이 법안 거부의 주요 배경이 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사안은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스위스에선 2016년 6월 모든 성인들에게 매달 1인당 2500스위스프랑을 주자는 ‘기본소득안’이 76.9%의 반대로 부결됐다. 국민연금 10% 인상안도 부결됐다. “공짜로 돈을 받으면 일할 의욕이 사라지고 재정도 감당이 안 된다”며 국민이 막아선 것이다. 퍼주기식 포퓰리즘을 거부하며 자기 책임을 강조하고 미래를 걱정한 스위스 국민의 선택이 또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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