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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남 해남에 사는 박순자(77)씨는 6개월마다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서울 대형병원에 있는 혈액내과에서 정기적으로 피검사를 받기 위해서다. 때론 추가 검사를 위해 한주에 두어번 상경할 때도 있다. 박씨는 “6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병원에 오면 의사선생님을 5분정도 만난다”라며 “동네에선 마땅히 검사를 받을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오픈런’과 ‘원정진료’의 원인을 의료인력 부족에서 찾고 있다. 의대 졸업생들이 수도권이나 ‘피안성’이라고 불리는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으로 쏠리며 지역 소아과와 산부인과 등은 태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심화하며 중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어 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다니다 결국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6명(한의사 포함)에 불과하다. 전체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은 수준이다. 지역별로 보면 차이는 더 난다. 서울은 인구 1000명당 의사가 3.47명으로 전국 최다지만, 충북과 경북 등 지방 시도 11곳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명도 안 된다.
의사 양성에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젠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19일 발표 예정이었던 의대 정원 확대 폭과 일정 등은 의료계와의 추가 협의 등을 위해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의대 정원 확대는 단순히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단순한 개념으로 접근하면 매우 위험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OECD 국가 대부분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정작 의사 수를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펼치는 나라는 많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의사 수 증대가 곧바로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대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대증원 확대 시 총력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필수 의사협회장은 “2020년 파업 때보다 더 큰 불행한 사태가 나올 수 있다.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