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 화재감식팀 반장(54·경위)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화재감식 전문수사관인 김 반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하는 서울 내 화재 신고에 맞춰 팀원 15명과 함께 현장에 나간다. 김 반장은 “샅샅이 현장을 발굴하는 체력은 물론, 소방과 전기·가스 전문가들과도 협업하는 능력을 갖춘 최고의 팀”이라고 팀원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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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감식은 곧 ‘현장감식’이다. 현장에 나가서 직접 증거를 찾고, 원인을 파악한다. 보통 과학수사팀에서 화재감식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지만, 서울경찰청은 따로 특화된 화재전담팀을 두고 있다.
화재감식팀은 서울 시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 현장이라면 어디든 출동해 현장 감식을 벌인다. 김 반장은 “보통 화재 현장에선 소방이 화재 감식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경찰은 물론이고 전기안전공사나 가스안전공사에 소속된 사고조사 전담자들도 나온다”며 “타 기관과 협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경찰 화재감식팀 내에는 폭발물 관련 전문가도 있어 사제폭발물 등 사건에도 출동한다”고 했다.
화재의 원인이 고의로 인한 방화인지, 실수로 일어난 실화인지 등을 밝히려면 화재의 근원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현장 증거를 남기기 위한 사진을 촬영하고, 현장 전문가 회의를 거쳐 범위를 좁혀나간다. 김 반장은 “각자 정보를 공유하고 회의를 거쳐 화재 시작 지점을 찾아내고, 당시 목격자의 진술 등도 참고한다”며 “이렇게 범위를 특정한 후에는 ‘발굴’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화재감식팀은 크린가드(방진복)을 입고, 긴 장화 차림으로 호미 등을 사용해 잿더미를 손수 파낸다. 김 반장은 “여름이면 땀이 쏟아져 장화에 땀이 고이며 10~20분만 일해도 현기증이 나고, 겨울이면 화재 진압을 위해 뿌려놓은 물이 얼어서 도끼까지 동원해야 하는 ‘중노동’”이라고 했다. 여기에 각종 파편과 잔해 등으로 인한 외상, 눈에 보이지 않는 화재 현장의 유해한 기체와 분진 등도 위협이 된다고 했다. 김 반장은 “1년에 몇 번씩 파상풍 주사를 맞고 헬멧을 착용하는 등 안전에 유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고생 끝에 ‘답’을 찾을 때의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했다. 김 반장은 “고생하면서 현장을 파내다가, 원인을 찾으면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원인을 찾아낸 순간엔 힘든 몸도 가벼워지고, 잃었던 입맛도 돌아오는 기분”이라고 웃었다. 이후 화재 원인에 대한 감식 결과를 문서로 작성하고, 방화 등 범죄 혐의가 있다면 형사과 등에 전달한다.
김 반장은 어려운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팀원들의 노고를 거듭 앞세웠다. 그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없다면 하지 못하는 일”이라며 “따로 화재감식 관련 국가 자격증은 물론, 미국 자격시험까지 공부하며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는 팀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