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지방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해수 담수화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해안 지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물 부족 지역으로 특히 산업공단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을 대비할 담수화 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중열 물복지연구소장(한국수자원공사 전 처장)이 지난 22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극심한 가뭄을 위한 해결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1988년 한국수자원공사에 기능직으로 입사해 34년간 근속하고 2021년 아산권지사장으로 퇴직했다. 수도권사업장 운영관리, 광역상수도 건설사업, 고도처리공사 설계와 사업관리, 대산해수담수화 사업개발, 시흥하수처리장 사업개발, 상하수도 설계 기준 개정 등의 업무를 하며 재직시절 대부분을 현장에서 보냈다. 그는 34년 세월 동안 직접 보고 겪으니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안타까움에 ‘물 이야기’를 발간하기도 했다.
이 소장은 “대청댐 물이 가고 있는 서해안 지역엔 큰 댐이 없어 과거 7~8년 전에도 서천과 보령이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가 바싹 말랐었다”며 “우리나라가 물 부족 국가는 아니지만, 물을 자원화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500년만에 닥친 호남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올해도 동복댐 물이 6월 초면 고갈될 우려가 나온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예측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담수화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담수화 기술은 100점 만점에 30점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 이 소장의 판단이다. 그는 “담수화 시장은 연평균 15%씩 성장하는 수출 시장이 열려있는 곳”이라며 “그러나 국내 대기업이 수주를 하면 주요 단위 설비에 들어가는 기술은 해외 기자재들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담수화 과정을 거친 바닷물은 공업용수로 이미 사용하고 있다. 첫발은 2014년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뗐다. 광양제철소는 하루 2만7천t을 처리할 수 있는 해수 담수화 시설을 완공해 공업용수의 10%가량을 충당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 일대 대산임해산업지역엔 국내 최대 규모인 하루 10만t 공급 용량의 해수 담수화 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1년 11월 착공한 이 공사는 2024년 8월에 마무리된다.
그러나 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데는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 담수화 시설은 설치비가 많이 들고 담수 생산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기 때문에 운영 부담이 만만찮다. 투자에 비해 수요가 적으면 자칫 예산이 낭비될 수 있다.
이에 이 소장은 대산에 설치 중인 담수화 시설에 고도의 기술을 투입해 월드 베스트 사례로 만들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후위기에 대비해 물 복지를 위해서라도 물 부족 지역을 중심으로 담수화 시설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는 “현재 우리가 미진한 기술 부문에서 수자원공사가 전문성을 갖고 투자를 해야한다”며 “수자원공사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선 전문가가 배치돼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