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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골매' 쏘아올린 日, '달의 여신' 보낸 中…우주굴기 뒤엔 우주패권 경쟁

김보겸 기자I 2020.12.07 00:00:00

일본서 하야부사 2호 소행성 토양 캡슐 착륙
중국 창어 5호 달 궤도서 도킹 성공
과거 미·소 주무대인 우주굴기 뛰어든 중·일

중국 달 탐사선 창어 5호에 꽂힌 중국 국기(사진=AFP)
[이데일리 신정은 베이징 특파원 김보겸 기자] 일본은 ‘송골매’를, 중국에서는 ‘달의 여신’을 앞세워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中·日 양국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우주개발에 앞다퉈 뛰어드는 것은 우주 기술을 군사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우주산업을 미국 등 서방 강대국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日 송골매 中 달의 여신 지구로 귀환

6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은 무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송골매) 2호가 소행성 토양을 채취해 지구로 보내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JAXA은 이날 소행성 토양을 담은 하야부사 2호의 캡슐이 이날 새벽 호주 남부 사막에 착륙했다고 발표했다. 이 캡슐에는 탄소 성분의 소행성 ‘류구(용궁)’에서 채취한 물질 0.1g이 담겨있다. 류구는 태양계 소행성의 75%를 차지하는 탄소 성분의 소행성으로, 지구 생명체와 태양계 기원의 비밀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같은날 중국 국가항천국도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중국 신화에서 불사의 약을 먹고 달로 갔다는 달의 여신) 5호가 달 표면 샘플을 싣고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선과 달 궤도에서 도킹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창어 5호가 채취한 달 표면 토양 샘플 2kg는 지구로 향하는 귀환선으로 옮겨졌다. 달 표본을 채취한 뒤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1960~1970년대 미국과 옛 소련 이후 50여 년 만이다. 이 소식에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우주선이 달 궤도에서 도킹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국은 달 탐사 등 우주개발을 자국민의 자긍심 고취와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강화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창어 5호가 달 상공 궤도선으로 발사된 직후 “이번 임무는 중국이 우주를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역사적 단계”라며 “중국은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우주 탐사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야부사 2호에서 분리된 캡슐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고 있다(사진=JAXA)
◇과거 미·중 주무대였던 우주 개발에 중·일도 나서

그러나 중국과 일본이 과거 미국과 소련의 독무대였던 우주 개발 분야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배경에는 우주선 발사 등 우주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군사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게 크다. 아울러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구 강대국들이 선점하고 있는 우주산업에서 뒤쳐지지 않겠다는 목적도 양국이 막대한 비용부담을 무릅쓰고 우주개발에 나서는 이유다.

중국은 지난 2007년 1월 지상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자국 인공위성인 평윈1C를 격추하는 반위성 무기 실험에 성공했다. 또한 지난 7월 중국은 자체 GPS 네트워크를 개통하기도 했다. 이 역시 미국이나 러시아 GPS에 계속 의존할 경우 언제든 종속적 위치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 국방부는 ‘2020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체 개발한 위성요격무기(ASAT) 등 우주전력이 미국에 맞먹을 수준까지 성장했으며 미국의 육해공군, 방공시스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우주산업 개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발표한 ‘우주굴기 2050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기본적인 우주 연구를 마무리하고 2040년에는 지구와 달의 교통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10조 달러의 ‘우주경제권’을 만들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는 미국 주도의 우주질서를 깨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우주군’을 창설하는 등 우주를 무대로 한 군사적 긴장감을 한단계 끌어올렸다. 우주군은 미국이 쏘아 올린 수백개 위성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미 국방부는 우주작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육해공군 3군이 통합해 운영하는 우주사령부를 통해 중국의 우주굴기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역시 중국의 ‘우주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행보를 거들고 있다. 지난 5월 일본정부는 항공자위대 산하에 ‘우주작전대’를 창설했다. 일본 정부는 우주작전대 창설 당시 우주공간을 떠도는 우주쓰레기 때문에 인공위성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위성을 요격할 수 있는 기술과 무기를 개발하는데 따른 대응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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