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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논지는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가 4년 전 이미 끌어낸 것이다. 이 행위 그대로를 제목으로 단 전작 ‘넛지’(2009)에서 부각했다. ‘어떠한 금지나 인센티브도 없으며’ ‘인간의 생각·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부드러운 힘’으로 소개됐다. 사람들을 파악해 저절로 움직이도록 ‘조작’할 수 있다고? 큰 반향이 일어났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심플러’는 저자가 그 후속으로 내놓은 신작이다. 굳이 한 줄 요약을 하자면 ‘넛지’의 실행편으로 보면 된다. 슬쩍 찔러 주는 것 같은 자극으로 일의 방향을 가름하는 넛지의 활용법이다.
시작은 저자가 2009년 오바마정부의 정보규제국장으로 일하면서부터다. 2012년까지 주요 정책을 추진하며 그는 공적 부문에서 본격적으로 ‘넛지’의 영역을 넓힌다. 종이서류서명을 전자문서로 대체하고 행정절차를 단순화해 ‘쉽게 작성해 제출할 수 있는 서식’을 고안해냈다.
사실 넛지는 행동경제학 개념이다. 여기서 강요는 없다. 유연하게 사안에 개입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한다. 그런데 그것이 저절로 되겠는가. 저자가 이 지점에서 세운 게 있으니 ‘선택체계’다. 사람의 생각·행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면밀한 경험적 검증을 거쳐 세운 시스템이다. 가령 사람은 복잡하고 어려운 것에는 부담을 느끼지만 쉽고 간결한 것에는 호의를 보인다. 바로 이것이 넛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조건이 된다는 말이다.
▲“수백 가지 차림표부터 버려라”
행정부서 일한 관료답게 저자의 무게중심은 정부정책에 실려 있다. 그간 정부기관의 법령, 기술용어 등이 대중의 설득을 가로막는 요소였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니 이젠 형식의 복잡성을 없애고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쉽고 결정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는 거다.
가령 미국 교육부엔 ‘연방학자금 지원 무료신청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여간 번거롭지가 않다. 신청서에 나오는 100가지 질문에 다 답을 해야 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여유가 없는 가난한 학생들의 참여가 쉽지 않고 대학의 접근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누군가의 접근을 차단한 건 그 내용이 아닌 방식이었다는 거다. 지나치게 어지러운 상차림은 과부하만 안겨줄 뿐, 이런 상태로는 결국 아무 선택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코끼리와 당나귀가 모두 좋아하는 것
정보 표현방식의 적절성도 중요하다. 여기 신제품 냉장고를 광고하는 두 가지 안이 있다. 하나는 당장 구입하면 30만원이 이득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당장 구입하지 않으면 30만원을 손해본다는 것. 더 큰 효과를 낸 건 뒤엣것이다. 이번엔 병원. 상담환자들에게 말했다. 하나는 수술받은 90%가 5년 후에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수술받은 이들 중 10%가 사망했다는 것. 여기선 앞엣것의 설득력이 높았다.
사실과 가치는 다르다고 했다. 저자에 따르면 ‘시스템 1’이 어떤 규제의 황제가 돼서는 곤란하다. 갈수록 ‘시스템 2’가 전면에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끌어들인 것이 ‘비용-편익 분석’이다. 단순화에 이르는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일관되게 강조했다. 다만 비용-편익 분석은 알고리즘 같은 것이 아니며 획일적인 산술공식에 끼워 맞춰서도 안 된다고 했다. 코끼리와 당나귀 둘 다를 만족시키는 부수적 효과까지 봐야 한다는 얘기다.
▲오바마가 몇 가지 정장만 입는 이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장 다섯 벌로 대선을 치렀다. 당선 후에도 옷가지는 늘지 않았다. 이유는 한 가지다. “최대한 결정을 줄여 정작 필요한 의사결정에너지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저자가 볼 때 정부 혹은 조직의 승패는 여기서 갈린다. 단순화는 적은 비용과 큰 편익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까지 유도하기 때문. 그러니 승용차나 가전제품을 고를 때뿐만 아니라 식당이나 의류매장에서조차 선택체계가 자유롭게 작동하는지 따져야 한다는 거다.
답은 나와 있다. 문제는 그 과정까지 가는 여정. 단순하고 자유로운 선택체계가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현안을 두고 정책과 규제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한다고 치자. 인간의 존엄성 혹은 평등한 분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건가. 예컨대 다섯 살 아이와 80대 노인의 생명을 몇 달 연장하는 정책을 저울질할 때 어디에 무게를 두겠는가.
그럼에도 저자의 주장은 불황에 시달리는 지금 꽤 유용하단 평을 받는다. 다만 이 복잡한 세상과 사물을 얼마나 단순하게 만들 수 있느냐. 저자의 장밋빛 미래는 바로 거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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