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국민연금 개혁의 구체안을 그제 발표했다.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2%로 각각 인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보험료율을 더 빨리 올리는 세대별 차등 인상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연령 기준으로 매년 50대는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 올리자는 것이다. 인구구조와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연금 지급액이 저절로 변경되는 자동조정 장치 도입도 검토하자고 했다.
자동조정 장치의 발동 요건과 조정률 산식까지 내놓진 않았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폭을 구체적 수치로 내놓았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연령대별 보험료율 차등화는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고연령대의 반발도 우려되지만 청년층의 국민연금 불신을 덜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제시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 폭은 21대 국회 막판에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룬 수준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연금기금 고갈 시점을 2056년에서 2072년으로 16년 늦추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이 기간을 21~32년으로 늘리기 위해 자동조정 장치를 도입키로 한 셈이다.
여론도 반영하고 국회의 입법 가능성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했던 정부의 고심이 읽힌다. 직역연금과의 통합을 비롯한 보다 큰 틀의 연금 개혁이 아닌 한 이 정도가 지금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절충안이 아닌가 싶다. 물론 40%대 초반의 소득대체율로는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살릴 수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더 높이려면 보험료율을 더 높이거나 국고 투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사회적 논의와 정치적 합의가 요구된다.
이제 공은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넘어갔다. 국민연금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현실주의적 타협도 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의힘은 여당답게 야당과의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협치 정신을 발휘해 국민연금 개혁을 입법으로 마무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