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이듦]⑦ 네덜란드
2014년 근로유인·연금제도 개편 등 사회협약
단계적 정년 연장 맞춰 '노령연금' 지급 늦춰
최저임금 70% 수준 연금…자전거 국민생활화
[암스테르담·헤이그(네덜란드)=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네덜란드는 지난 2014년 사회협약을 통해 조기은퇴 방지, 근로유인 강화, 연금제도 개편 등 고령자의 고용 가능성 확대에 나섰다. 특히 사망률 감소 및 기대수명 연장으로 공공연금 수급 연령을 2014년 65.2세에서 오는 2024년 67세까지 단계적으로 늦췄다. 이후로도 기대수명과 연동해 자동 연장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정했다.
| 지난 6월2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덴하그) 시내 중심가 차도 겸 트램길에서 자전거들이 통행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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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대표적 공공연금은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노령연금(AOW)이다. 네덜란드 사회고용부(SZW)에 따르면 사회보험은행(SVB)이 정년 이후 모든 자국 내 거주자에게 15세부터 실거주 기간에 비례해 현재(7월1일 시행 기준) 1인당 월 최저임금의 최고 70% 수준인 1458.15유로(약 210만원·세전 1인가구 기준)를 지급한다. 또 자녀 양육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녀 1인당 출생부터 17세까지 매월 261.7유로(약 38만원)에서 373.85유로(약 54만원)를 지급하는 아동수당도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장애연금, 유족연금, 의료보험, 실업급여(부조) 등 여러 복지성 공공연금을 제공한다. 직장과 직업군별로 운용해 퇴직 후 제공하는 민간연금과 기금은 별도다. 교육 시스템도 대부분 국공립으로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고, 대학 학비도 저렴한데다 대학생 장학금·생활비·교통비 지원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의 자녀 양육 부담이 적고 노후에 대한 걱정도 낮은 편이다. 주거비도 가처분소득 대비 저렴하고 대체로 안정돼 있어 부담이 덜하다. 실제 지난 6월 19~26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과 행정수도 헤이그(덴하그)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지속 근로한 뒤, 은퇴 이후 연금으로 안락한 생활을 기대했다.
| 지난 6월2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내 중심상업지구 월드트레이드센터(WTC) 인근 역 앞에 마련된 자전거 거치대 구역에 무수히 많은 자전거들이 주차돼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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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대표 가전브랜드 필립스사에 다니는 30대 여성 직장인 레슈미 사르카는 “지금도 직장에서 고령 근로자들이 많고 저 역시 60대까지 일할 생각”이라며 “은퇴 후 남편과 함께 예금과 연금으로 오붓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에이전시에 근무하는 50대 여성 아니타 드 프라이스는 “사장은 정년 나이보다 훨씬 많은데 왕성하게 일을 하고 있다”면서 “직업에 만족하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몸도 건강해 정년까지 계속 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축설계 컨설턴트 40대 남성 데이브는 “10년 안에 은퇴해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낚시와 스포츠를 즐기며 사는 걸 오래전부터 계획해왔다”면서 “인플레이션으로 물가에 대한 막연한 우려는 있지만, 충분히 노후 자금을 모아뒀고 부족하면 집을 세놓으면 된다”고 했다. 얀 반 바이크(69)는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별 걱정은 없고 환경이 중요하다”면서 “주변에 70·80세 넘어서도 경험을 살려 소일거리로 파트타임(시간제) 근무하는 노인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노인들이 건강한 네덜란드 사회엔 자전거도 한몫한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인구(약 1770만명)보다 자전거(2290만대)가 많은 전 세계 유일한 국가다. 국토가 대부분 평지에 자전거 전용도로도 잘 갖춰져 있어 시민들은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훨씬 많이 애용한다. 일상에서 건강과 친환경 습관이 자연스레 스며든 것이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통·번역 도움=김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