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탄 80대 노인 김씨는 버스기사에게 이런 얘기를 듣고 갸우뚱했다. 그동안 당연히 현금을 내고 시내버스를 이용해왔는데 돈을 넣는 통도 없고 더이상 현금을 받지 않는단 버스기사의 말에 당황했다. 뒤의 다른 승객이 기다리는데다 김씨가 어쩔 줄 몰라하며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자 버스기사는 마지못해 현금을 받았다. 김씨는 “어디나 다 이렇게 된 건가… 무슨 대책이 이래, 카드를 만들어주든가”라고 작게 불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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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버스에선 현금 대신 교통카드 기능을 얹은 신용카드나 편의점, 가판대 등에서 구매한 교통카드 혹은 모바일 교통카드로 요금을 내야 한다. 교통카드가 없거나 잔액이 부족할 경우 운수회사 계좌번호가 적인 요금납부안내서를 기사에게 받아 이체하면 된다.
하지만 현금 문화에 익숙한 일부 노년층은 ‘카드’를 쓰는 문화를 여전히 낯설게 여기고 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김모(69)씨는 “그냥 내 수중에 있는 돈 안에서 생활하고 싶어서 신용카드를 안 쓴다”며 “카드 쓰면 몇 십 원 깎아준다고 알긴 하지만 교통카드는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김씨처럼 교통카드를 어디서 구매하고, 어떻게 충전하는지 모르는 경우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한 은행을 직접 찾아가 계좌이체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한다.
백모(83)씨는 “우리야 지하철은 무료로 탈 수 있고 버스는 현금내고 타면 되니까 카드가 필요하단 생각을 안해봤다”며 “우리 같은 사람을 위해서 현금을 받아야 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대전과 서울을 자주 오가는 유모(77)씨는 “대전에서 어떤 할머니가 교통카드 전용버스에 탔다가 ‘카드를 안 가져왔다’고 하면서 도로 내려 집에 가는 걸 봤다”며 “서울도 이런 일이 꽤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금 없는 버스’는 현금을 내는 승객이 감소하는데다, 현금함의 모서리로 인한 안전사고 등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전시는 지난해 7월부터 100개 노선 945대 시내버스의 현금함을 없앴고, 인천시도 지난해 7월 현금 없는 버스를 전체 운행버스 10%인 228대로 늘렸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내버스 현금 이용자 비율이 0.6%에 그쳤다고 하지만, 문제는 이 소수의 대부분이 노년층일 가능성이 높단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금을 안 갖고 탔다고 무조건 내리라고 하는 게 아니고, 버스기사가 충분한 안내를 통해 사후 입금을 해달라고 요청한다”며 “지금처럼 노인 등 약자들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 부분이 있어 앞으로 당장 현금 없는 버스를 확대할 계획은 없고 점진적으로 나아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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