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증시인물]증시 희로애락 함께하는 월가 흰수염 할아버지

이슬기 기자I 2020.03.21 06:30:00

뉴욕증권거래소서 30년 일한 트레이더 ''피터 터크만''
증시 폭락·폭등 때마다 각국 신문 1면 등장하는 인물
"변동성은 농구게임 같다"는 그…최근 증시엔 좌절도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증시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백발 흰 수염의 백인 할아버지. 뉴욕 증시 관련 기사에는 항상 사진을 통해 얼굴을 비추는 피터 터크만(Peter Tuchman·사진)씨를 당분간 사진에선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주 증시인물은 터크만씨를 통해 한 주를 돌아본다.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피터 터크만씨가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9일은 다우지수가 전날 대비 7.79% 하락한 날이다.(사진=AFP)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번주(16~20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11.59% 내린 1566.15에 장을 마쳤다. 한 주간 코스피 지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둔화 불안이 더욱 증폭되며 큰 폭의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스피 지수는 19일 1457.64에 장을 마쳤는데, 이는 200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이날 코스피·코스닥 양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 발동되기도 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매우 힘든 한 주였다. 다만 금요일엔 코스피 지수가 매수 사이드카가 발생할 만큼 크게 오르며 투자자들을 다소 안도시켰다.

이번 주 전 세계 신문의 1면을 가장 많이 차지한 사람은 아마 터크만씨 였을 것이다. 이번 주 뉴욕 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각국의 언론사들이 뉴욕 증시의 분위기를 전하려고 애썼고, 이런 분위기를 표정으로 가장 잘 드러내는 이가 터크만씨였기에 모두가 그의 사진을 인용한 탓이다. 이렇다 보니 증권 기사를 자주 보는 독자들 사이에서는 ‘이 사람은 대체 누구냐’는 궁금증도 커져만 갔다.

터크만씨는 1985년부터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일한 베테랑이다. 처음엔 재무전략기업 코웬앤코(Cowen & Co.)에서 텔레타이피스트로 뉴욕증권거래소를 출입했지만 머지않아 트레이더로 전향했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표정도 좋아 1990년대 후반의 IT버블때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여러 신문을 장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CNN이나 뉴욕포스트 등 다수의 언론이 그를 인터뷰했다. 해당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그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고,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자신의 자산이 됐다고 언급하고 있다. 자신이 아인슈타인과 비슷한 용모를 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현재 그는 콰트로 증권사(Quattro M Securities)에서 2011년부터 플로어 트레이더로 일하고 있다. 30년간 트레이더 일을 한 그는 뉴욕증권거래소가 그에게 여전히 흥분되는 장소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의 변동성이 마치 농구 경기처럼 느껴지며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즐겁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모든 대통령과 유명인사들이 한 번 씩 거쳐 가는 뉴욕증권거래소, 그리고 세계 금융에 영향을 미치는 이 장소에서 일하는 것은 그에게 큰 기쁨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증시와 경제를 봐 온 그에게도 요즘의 시장 상황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그는 다우지수가 하루에 6%대 낙폭을 보였던 지난 18일(현지시간)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주식시장과 경제가 얼마나 미친 것인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지 혼란스럽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그 전날 “불안과 공포의 시기엔 마음속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며 “지금이 세계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하며 터널의 끝에는 빛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30년간 증시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 온 터크만씨. 다만 전 세계의 독자들은 당분간 그를 신문에서 찾아보긴 어려워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월가에도 확산되면서 뉴욕증권거래소가 객장을 일시 폐쇄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당분간 객장 거래가 전면 온라인 거래로 바뀌면서 터크만씨의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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