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산학 축산 스타트업 ''두지바이오틱스''
돼지 장건강 고려, 유산균 사료에 섞어 키워봤더니
질병 저항력 높아지고, 악취 줄고, 육질·맛 개선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돼지에도 사람처럼 유산균을 먹인다?’
축산회사 임원 출신으로 지난 2010년 귀농해 양돈 사업을 시작한 장성용 두지프로바이오틱스 창업자 겸 대표. 그가 돼지의 장(腸) 건강을 생각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키우던 돼지가 자꾸 폐사하자 벼랑 끝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여러 대안을 찾았다. 주변 농가 돼지 상황도 비슷했다. 구제역 같은 전염병이 한 번 돌면 지역 돼지 농가는 쑥대밭이 됐다. 백신이나 소독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든 생각이 ‘사람도 장내 세균이 중요한데, 돼지도 그렇지 않을까?’였다.
| 장성용 두지프로바이오틱스 대표.(두지프로바이오틱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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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유산균을 돼지에 먹여봤다. 사람이 먹는 수준의 고농도(1회 1억 마리 이상) 유산균 제품이었다. 그는 ‘락토바실러스’ 등의 유산균을 배양해 돼지 사료에 섞었다. 돼지에 프로바이오틱스 요법을 사용한 것이다.
| 두지프로바이오틱스의 돼지농장 ‘두지팜’ 내부 사진.(두지프로바이오틱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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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얼마 후 돼지들의 분변 냄새가 확연히 줄어든 걸 느꼈다. 만성 설사를 달고 살던 돼지들이 건강한 똥을 누기 시작한 것이다. 장 건강이 좋아지자 병에 대한 저항력도 높아졌다. 항생제 등의 약을 덜 써도 병으로 죽는 돼지가 줄었다. 도축 후 고기 맛도 좋아졌다. 배설물 퇴비화도 쉬웠다. 장내 세균 균형은 사람뿐만 아니라 돼지에게도 중요하다는 게 경험적으로 입증됐다.
장 대표의 프로바이오틱스 요법은 농촌진흥청 동물분자유전육종사업단(단장 이학교 전북대 교수)과 만나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게 된다. 전북대 교수진을 주축으로 단국대, 서울대 등 미생물, 축산, 수의 전공 10여명이 실증 연구에 참여했다. 상용화와 함께 보급 방법도 연구했다. 유용한 장내 미생물을 활용해 가축의 저항력을 키운다는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의 시작이었다.
| 두지포크 돼지고기 제품을 들고 있는 두지포크 주요 멤버들. 사진 왼쪽부터 이학교 전북대 동물생명공학 교수, 윤진원 두지포크 브랜드총괄 사장, 허재영 전북대 동물생명과학과 교수.(사진=써니피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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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 산학협력 형태 축산 스타트업 ‘두지프로바이오틱스’도 출범했다. 시범 농가도 확장했다. 그때가 2016년 1월이었다. ‘두지포크’는 두지프로바이오틱스가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으로 키운 돼지고기의 브랜드 이름이다.
연구 결과로도 유산균을 급여해 장내 세균 균형을 맞춘 돼지는 다른 돼지보다 건강하다는 게 입증됐다. 2016년 6월 연구 코디네이터인 허재영 전북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제역 백신항체 형성률이 전국 평균 66.6%였지만 유산균을 먹인 돼지 농가(유익균 공생화 농가)는 86.81%였다. 살모넬라 균 등 장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도 높았다.
유산균 돼지가 보통의 돼지보다 악취가 덜 나는 이유도 검증됐다. 허 교수는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을 적용한 농가에서 악취 등 암모니아 농도가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더 나아가 축사 주변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도 탁월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자료 : 동물분자자유전육종사업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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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질과 맛이 좋아진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 돼지고기와 비교해 필수지방산과 리놀렌산, 유리아미노산, 비타민 C가 증가했다. 이중 리놀렌산은 돼지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에코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의 대량 생산에 대한 숙제는 남아 있다. 판로 개척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윤진원 두지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총괄 사장은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전북 지역에서 미생물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양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축산업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