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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는 정작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정부 인권정책 청사진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있다.
인권위는 3기(2017~202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자체 초안을 마련해 지난해 9월 소관부처인 법무부에 계획 수립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자체적으로 초안을 만들어 권고하면 법무부 인권국이 이를 바탕으로 정부 부처들의 개별 사안들에 대한 의견을 종합해 최종 계획안을 수립·시행하는 방식이다. 지난 2006년 법무부에 신설된 인권국은 정부의 인권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원칙대로라면 법무부는 지난해 연말까지 이 계획을 확정해 올해 초부터 시행해야 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책임을 방기한 탓에 시행은 커녕 계획 수립을 위한 첫발조차 못 뗀 상태다.
이 계획은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인권정책의 청사진이다. 정부의 인권정책 기준과 지향점을 제시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1기 계획(2007~2011년)을 처음 시작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2기 계획(2012~2016년)을 시행했다.
인권위는 법무부가 지금까지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것에 불만이 상당하다. 인권위 관계자는 “(법무부에 계획 수립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담당부서에 전화도 했는데 지금까지도 소식이 없다”며 “이건 직무유기 수준이다”고 말했다.
법무부 인권국은 대변인실을 통해 “새 정부 출범에 따라 새 정부의 인권정책 기조와 국정과제 등을 반영한 제3차 계획을 절차에 따라 신속히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자는 법무부 인권국에 올해부터 시행했어야 할 3기 계획을 아직도 만들지 않은 까닭도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장관의 장기공석 사태 때문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되자 김현웅 당시 장관이 사퇴한 이후 차관 대행체제를 유지해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두달 가까이 장관이 취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정책기본계획의 수립과 시행은 이미 두차례나 진행했던 법무부의 일상적 업무다. 장관의 장기 공석사태나 정권의 이념적 성향과 무관하게 시행했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시행된 인권정책기본계획이 부재한 것은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이를 방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속도감 있게 나서지 않는 것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비(非) 검찰 출신인 박상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면 새 정부의 인권정책 청사진을 빨리 수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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