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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봉의 중국 비즈니스 도전기]23회:영업이사 납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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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주 기자I 2017.06.12 06:00:00
(안양=연합뉴스) 지난해 6월 경기 안양지역에서 활동하는 A파 행동대장 장례식장에 양복을 갖춰 입은 조직폭력배가 도열해 있다. 2017.5.31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서울에 온지 3일째. 호프집을 임대할 지인의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 서울서 기다리느니 베이징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베이징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베이징에 당장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호프집에서 일이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지인에게는 일단 먼저 베이징에 가서 기다리겠다고 한 후 다음날 베이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영업이사 납치! 청천벽력이었다. 한국인 영업이사가 이틀 전 숙소에서 조선동포 어깨들에게 납치된 것이다. 납치범들의 요구사항은 간단했다.

“베이징 공안당국에 연락하지 말라. 납치된 영업이사가 조선동포에게 빌린 돈을 갚아라. 그렇지 않으면 영업이사를 찾을 생각도 말아라. 그리고 더 이상 호프집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방해를 하겠다.”

눈앞이 노래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영업도 영업이지만 영업이사 목숨까지 위험한 상황이다. 나의 고향, 학교 후배인 한국인 상무가 소개한 영업이사였다. 상무의 고향 학교 후배이니 내 고향 후배이자 대학 후배 아닌가?

납치된 영업이사는 1년 전 중국에 와 상해에서 조선동포와 함께 소규모 무역업을 시작했다. 제법 사업이 잘됐다. 자금도 조금 모아졌다. 베이징에 있는 고향 선배인 호프집 상무를 만나러 와 호프집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호프집 영업이 한참 잘 될 때였다. 호프집 상무에게 자신도 호프집 영업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상무는 “밤에 손님이 많아 애를 먹고 있으니 야간 영업을 맡는 영업이사를 맡아라. 자금도 나와 같은 액수를 투자해라. 여기 1호점을 우리 것처럼 영업을 해서 자금을 좀 더 모은 후 2호점이나 3호점을 우리 2명 이름으로 내자. 고향 학교 선배인 손사장은 내가 설득하겠다”라고 제안했다.

영업이사는 귀가 솔깃했다. 다음날 상해에 갔다.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이 좀 부족해 같이 무역업을 했던 조선동포에게 자금을 빌렸다. 그리고 베이징에 다시 와 호프집에 투자하면서 야간 영업이사를 맡은 것이다.

문제는 영업이사에게 돈을 빌려준 조선동포가 상해에서 다른 조선동포에게 빌린 돈 때문에 조선동포 어깨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을 당한 조선동포는 어쩔 수 없이 한국인 영업이사에게 빌려 준 돈이 있으니 베이징에 가서 돈을 받으라고 하고 호프집을 알려줬다. 베이징에 온 상해 조선동포 어깨들은 밤 영업을 마친 후 숙소에서 간부 조선동포들과 함께 잠자던 영업이사를 납치했다. 어깨들은 같이 있던 조선동포들에게 5일 내로 돈을 갚으라고 한 후 사라졌다. 영업이사는 조선동포에게 빌린 돈을 호프집에 투자했으니 투자금을 회수해 빌린 돈을 갚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나에게 비상 전화가 오게 된 것이다.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돈도 돈이지만 영업이사 신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베이징에서 얼마나 ‘험한 일‘이 많이 벌어졌는지 잘 아는 터였다. 백주 대낮에 골프장에서 한국 기업인이 납치된 일도 있다. 납치 15일 만에 납치범들이 원하는 대로 돈을 전달하고야 풀려나긴 했지만 납치당한 한국인은 소리 소문없이 잠적했다. 그 한국인이 어떤 이유로 납치됐는지 15일간 어느 곳에 있었는지 북경 공안에는 신고를 했는지 등에 대한 소문이 전혀 없었다. 영업이사가 납치된 지 3일 지났으니 이틀 밖에 남지 않았다. 도무지 해결책이 없었다. 내가 연결되는 사람들에게 긴급히 의견을 물었다. 결론은 북경 공안에 신고하지 말고 하루속히 돈을 갚으라는 것이다.

내 생각도 비슷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영업이사의 신변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은 뻔했다. 우여곡절 끝에 영업이사가 풀려났다고 해도 호프집 영업은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내 판단에도 상해 조선동포 어깨들과 베이징 조선동포 어깨들은 연결돼 있다. 더구나 베이징 공안을 믿을 수도 없는 노릇. 술장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서울 어깨와 목포 어깨는 한 다리만 건너면 형 동생하는 관계다. 서로 부탁한 일을 법망을 피해 도와가며 공생하는 사이다. 물론 약속을 어기거나 배신을 하게 되면 그들 말 그대로 전쟁이 벌어지고 마는 세계지만 말이다.

<다음회 계속>

중국 전문가. 전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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