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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1990년대나 볼 수 있던 브라운관 TV가 작은 기중기에 매달려 차츰 수조 아래로 내려간다. TV 안에는 싸움꾼처럼 생긴 흑인의 얼굴이 선명하게 투사돼 있다. 필드의 악동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축구선수 발로텔리다. “마치 물로 세례를 받는 것처럼 새로워지는 TV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발로텔리를 모델로 쓴 것은 그의 표정이 표범처럼 강해서다. 강한 이미지의 인물을 떠올렸다.”
미디어아트 작가 이이남(45)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제목이 ‘다시 태어나는 빛’이다. 기독교적 의미가 비친다. 작가도 부인하지 않았다. 내년 2월 8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독교의 여러 상징이 신작 30여점에 용해됐다. 이 작가는 조소를 전공했으나 미디어아트로 방향을 바꿔 성공한 경우. 2006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김홍도의 ‘묵죽도’와 모네의 ‘해돋이’를 결합한 작품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LCD 모니터를 캔버스 삼아 평면적인 명화를 디지털로 전환한 후 애니메이션을 접목해 그림이면서 영상인 작품으로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후 그의 기법은 CF 등에서 차용하며 보편화됐다. 덕분에 ‘백남준이 아날로그시대의 미디어아트 선구자라면, 이이남은 디지털시대의 미디어아트를 이끌어가는 대표작가’라는 호평을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도 18세기 조선화가 표암 강세환의 7폭 풍경화를 비롯해 17세기 스페인의 대표작가 디에고 벨라스케스 등 고전 명화들이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한다.
그러나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설치작품들이다. 이 작가는 TV를 수조에 담갔다가 꺼내는 ‘리본 라이트’를 비롯해 미켈란젤로의 명작 피에타에서 마리아와 예수를 분리시킨 ‘다시 태어나는 빛’ 등을 통해 주제를 구체화한다. 이 작가는 “성서 속 메시아와 빛을 이용하는 미디어아트 간 접점을 발견하고 이를 작품과 접목하는 시도를 해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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