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사흘 연속으로 상승했다. 그리스 국채교환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서 2차 구제금융 지원까지 확정돼 안도감이 커졌다. 미국 고용지표도 호조를 보였다. 다만 국채교환이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보험금 지급조건이 된다는 판정이 막판 상승폭을 축소시켰다.
9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4.08포인트, 0.11% 상승한 1만2922.02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일대비 4.96포인트, 0.36% 높은 1370.87을, 나스닥지수도 17.92포인트, 0.60% 뛴 2988.34를 각각 기록했다.
그리스 국채교환이 집단행동조항(CACs)을 적용할 경우 95,7%에 이르는 참여비율을 기록했고, 이에 따라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다음주 12일 구제금융 지원을 확정하고 이르면 다음주 첫 자금 집행에 나설 것으로 결정한 것이 호재가 됐다.
또 지난달 미국 비농업 취업자수가 22만7000명 증가해 예상치를 웃돌고 실업률도 8.3%를 유지하면서 상승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1월 무역수지 적자폭이 3년 3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부담이 됐다.
특히 장 막판 그리스 국채교환시 집단행동조항 적용이 CDS 디폴트 발동 요건이 된다는 판정으로, 31억6000만달러에 이르는 보험금 지급이 예상되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 이로 인해 막판 상승폭이 줄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가 17선 근처에서 안정세를 보인 가운데 금융주와 헬스케어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스타벅스가 캡슐 원두를 이용해 1인용 커피 제조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3% 가까이 상승한 반면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큐리그 커피머신`을 만든 그린 마운틴스는 스타벅스와의 경쟁 우려로 16% 가까이 급락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올 1분기 매출과 이익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1.01% 하락했고 엑슨모빌도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에 이틀째 1% 미만의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여성 의류 브랜드인 앤은 예상보다 저조한 이익 발표에도 불구하고 마진 개선 전망에 6% 이상 급등했다. 또 익스프레스스크립트와 메드코헬스는 미 정부가 290억달러 규모의 합병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각 1%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 "그리스 딜, 크레딧이벤트"..31.6억불 CDS 지급판정
그리스 정부가 국채교환에 집단행동조항(CACs)을 적용한 것을 두고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보험금을 지급해야할 크레딧 이벤트라는 공식 판정이 내려졌다.
이날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는 장시간 회의를 열고 "그리스 정부가 일부 국채교환에 찬성하지 않은 채권단까지 모두 손실 탕감을 일괄 적용하는 것은 일종의 크레딧 이벤트"라고 판단했다. 15개 위원회 멤버들 가운데 80%가 동의해 결정했다.
CDS는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체결하는 파생상품거래로, 해당 국가에 디폴트 등 크레딧 이벤트가 생길 경우 트리거가 된다. 이 때 CDS 매수자는 디폴트에 따른 보상을 받게 되고 매도자는 손실을 떠안게 된다.
이에 따라 총 4323계약에 이르는 그리스 국채관련 CDS 계약에 붙어있는 디폴트 조항이 발동돼 CDS 매도자측에서는 보험금을 매수자측에 지급해야 한다. 현재 그 규모는 31억6000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0억달러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리만사태 때의 52억달러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다만 정확한 보험금 지급규모는 오는 19일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그리스 구제금융, 내주 첫 집행..디폴트 면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그리스에 대한 1300억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 지원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로써 그리스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에서 벗어나게 됐다. 유로존은 다음주 12일 최종 회의를 거쳐 구제금융 승인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며 내주쯤 첫 자금 집행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국채교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직후 전화회의(텔레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앞서 지난 2일 국채교환 성공을 전제로 잠정 승인했던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을 사실상 확정했다.
성명서에서 장-끌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에 대한 2차 채무 재조정이 의미있는 진전을 보인데 대해 환영한다"며 "이번 그리스 국채교환에 민간 채권단이 높은 비율로 참여를 결정한데 대해 고무됐다"며 일부 구제금융 지원 집행 승인을 공식 확인했다. 이에 따라 2차 구제금융 지원금 가운데 그리스 국채교환에 따른 보상 300억유로와 이자 지급 지원금 55억유로 등 355억유로가 우선 집행될 전망이다.
다만 유로존은 그리스에 대한 최종적인 구제금융 지원 승인은 오는 12일 추가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를 열어 그 자리에서 내리기로 했다. 이 지원 재원과 관련, 융커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새로운 구제금융 지원에 큰 기여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IMF는 오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구제금융 지원규모와 승인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 美 취업자수, 예상밖 호조..실업률 `3년최저`
지난 2월 미국 고용지표도 예상을 뛰어넘는 호조세를 이어갔다. 비농업 취업자수는 23만명 가까이 증가했고 실업률은 8%대 초반으로 최근 3년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 비농업 취업자수가 전월대비 22만7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21만명을 웃도는 수치다. 또 1월 취업자수도 종전 24만3000명에서 28만4000명으로, 작년 12월 수치도 20만3000명에서 22만3000명으로 큰 폭 상향 조정됐다.
민간부문 취업자수 증가는 23만3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22만5000명을 웃돌았지만, 1월의 28만5000명에 비해서도 다소 줄었다. 1월 수치는 25만7000명에서 대폭 상향 조정된 것이다. 특히 제조업 부문 일자리는 3만1000명 늘어나 시장 예상치인 2만5000명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실업률은 8.3%를 유지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와 지난 1월 수치와 같았다. 전월과 마찬가지로 지난 2009년 2월 이후 거의 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 OPEC도 글로벌 경기둔화 `인정`..원유수요 하향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글로벌 경기 둔화추세를 인정했다. 경기 둔화로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도 당초 예상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전세계 원유의 4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OPEC는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전망치를 종전보다 13만배럴 줄어든 하루 평균 8863만배럴로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수요 증가규모는 당초 94만배럴에서 86만배럴로 줄어들게 됐다.
OPEC는 "올 연말까지 글로벌 경제 전망에 하방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이를 감안할 때 국제유가는 가격밴드 상단에 위치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올들어 브렌트유 가격은 17% 상승해 배럴당 125달러에 이르고 있다.
현재 OPEC 12개 회원국들의 2월중 산유량은 하루 평균 3097만배럴로, 지난 2008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OPEC의 생산량 쿼터인 3000만배럴을 웃도는 것으로, 향후 수요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