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23일 오후 6시에 야탑역에서 칼로 30명을 찔러 죽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경찰이 무장 특공대를 포함해 100여 명의 인력과 장갑차까지 투입하는 등 일주일가량 경기 성남시 야탑역 일대에서 대응에 나섰다. 예고된 날에 흉기 난동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당 글을 온라인에 올린 자가 누구인지 경찰이 아직도 파악하지 못해 주민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의 흉기 난동 예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어 우려된다. 지난 20일에는 학원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고 예고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경찰이 즉각 대응에 나서고 수사에도 착수했지만 이 글 작성자의 신원도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서울 관악구 신림역, 8월 성남 분당구 서현역에서 잇달아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흉기 난동 예고가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일종의 모방범죄 양상이다.
그 가운데 행동으로 옮길 의도가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에 올라온 흉기 난동 예고 글이 어느 쪽인지는 일반 시민도, 경찰도 즉각 판별하기는 불가능하다. 누군가가 단순히 장난으로 올린 예고 글도 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거나 일상생활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경찰로서는 일단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어 경찰력 낭비도 초래된다. 이런 점에서 다중을 상대로 한 흉기 난동 자체는 물론이고 그것을 예고하는 행위도 심각한 반사회적 범죄임이 틀림없다.
지난해 신림역·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을 계기로 공중협박죄를 도입해 흉기 난동 예고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하자는 논의가 일어났다. 예고 행위만으로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논의가 공전되다가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기존 형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거나 예방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등의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동안 흉기 난동 예고는 전염병처럼 번지는데 처벌은 대체로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에 그쳐온 점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공중협박죄를 서둘러 도입하고 예고 글 작성자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