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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행복 심리학자인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의 말이다. 코로나19는 사실상 끝났다. 지난달 29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마저 사라졌다. 코로나19에 내줬던 일상은 돌아왔고, 되찾은 하루하루는 우리를 들뜨게 했다. 그랬던 기대감은 어떻게 됐나. 서 교수의 말처럼 막상 또 일상이 쳇바퀴처럼 도는 현실이 되자 코로나19와 마스크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만으로 행복의 파랑새는 날아오지 않는다.
이데일리는 오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제11회 W페스타를 열고 이런 ‘행복’을 논한다. 행사 세번째 순서인 ‘마음’ 세션에 연사로 참석하는 서 교수를 최근 연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 교수는 세계적 행복 연구의 대가다. 그의 100여편 행복 논문은 세계에서 9만회 이상 인용됐다. OECD 행복 측정 보고서에도 참고자료로 사용될 정도다. 모교에서 하는 강의는 ‘수업을 들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경고에도 대기자만 7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가 쓴 ‘행복의 기원’ 일부 내용은 최근 고등학교 국어와 생물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심리학에서조차 행복을 연구한 게 얼마 안 됐어요. 심리학은 주로 불행과 관련된 요인을 연구했습니다. 우울증, 불안을 없애는 게 관심사였죠. 행복은 이런 걸 없애면 그냥 온다고 생각했어요. 불행과 별개 문제인 행복에 대해 심리학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행복에 점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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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에 따르면 행복감은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행동을 할 때 뇌에 주어지는 보상이다. 그는 “행복감은 생존에 좋은 기회가 있을 때 머뭇거리기보다 쫓아가거나 도전하게 해준다”며 “절벽 끝에 있을 때는 기대감이 아니라 위험을 느끼고 물러서야 하기에 행복감을 아무 때나 느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행복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미끼’라는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생각해왔는데 반대로 살기 위해 행복을 느끼게끔 됐다는 것이다. 이는 서 교수가 행복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진화론은 생명체의 모든 생김새와 습성을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위한 ‘도구’로 본다. 이 모든 대상에는 감정도 당연히 있다. 감정은 인간이 다가서거나 멈춰야 할 때를 알려주는 ‘고스톱(GOSTOP)’신호다. 서 교수는 “흔히 행복하기 위해 산다로 번역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로운 삶’은 과학을 하는 심리학의 합당한 주제가 아니다”며 “중요하지만 윤리적인 이슈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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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행복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유전이라고 했다. 행복 개인차의 50%가 유전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서 교수는 “타고나는 요소 중 행복의 개인차를 가르는 가장 독보적인 특성은 외향적인 성격 특성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행복한 사람은 사회적 교류와 시간을 나누는 정도가 크다”고 역설했다. 행복감은 생존에 유리한 것이 있을 때 ‘다가서’라고 느끼는 신호인데, 호모사피엔스에게 생존과 번식 문제를 완수하는 데 가장 필요한 자원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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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화적 요인도 빠트리지 않았다. 집단주의적 문화와 과도한 타인 의식이 행복감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한국이 경제 수준에 견줘 행복하지 못한 한 이유다. 서 교수는 “우리는 너무 소신이 없다. 내가 좋은 것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좋은 것을 하기에 급급하다. 이러면 행복 게임에서 백전백패하게 돼있다”며 “자기인생의 갑은 자기가 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