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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中, 韓 이어 日과도 관계개선 나선다

김인경 기자I 2018.01.05 06:00:00

중국-일본, 올해 평화우호조약 40년 맞아 관계 개선 박차
日 일대일로 참석 의지 피력에 中 환영으로 답해
시진핑 올해 중 일본 방문 가능성도
세계리더 외치며 신형국제관계 내세우는 中·외교 성과 필요한 日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중국이 한국에 이어 이번엔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다. 그동안 난징대학살 등 역사적인 갈등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토갈등으로 대립을 거듭해온 두 나라지만 올해 중국과 일본이 평화우호조약을 맺은 지 40년이 되는 만큼 서서히 관계 전환점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19차 당 대회에서 ‘신형국제관계’를 언급하며 국제사회에서 형님 노릇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올해 가을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를 앞두고 외교를 통해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터라 양국의 상황이 맞아떨어지는 시기기도 하다.

◇中日, 평화우호조약 40주년 맞아 관계 정상화 모색한다

지난달 22일부터 일본 금융청과 중국 재정성은 일본에 본사를 둔 기업이 위안화 표시 채권(판다본드)를 발행하도록 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까지 일본 기업의 중국 현지 법인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적은 있지만 일본에 본사를 둔 금융기관과 회사가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적은 없다. 이미 일본 대형은행 두 곳은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위해 중국 당국에 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두 은행은 빠르면 올 봄 전에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으로선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면 현지 자본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는데다 환율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지법인보다 일본 본사의 신용등급이 높아 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다. 중국 역시 채권 시장에 해외 기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어 위안화 국제화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양국은 경제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교류를 넓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두 나라의 관계개선 기미가 급물살을 탄 것은 중국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 일본이 참석을 하겠다고 뜻을 밝히면서부터다. 지난해 6월 아베 총리는 일대일로 구상에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지역을 연결하는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만큼, 중국으로선 일본의 일대일로 참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철도와 도로 건설, 원전 등 인프라 사업 경험이 많은 일본의 참여라 사업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이점도 중국에겐 매력적이다.

양국 관계 개선 신호는 지난해 11월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식에서도 드러났다. 시 주석은 이날 추모식에 참석했지만 3년 전 추모식과 달리 연설을 하지 않았다. 추모식 책임자의 직급도 하위급으로 낮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일본을 배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올해는 아베 총리가 중국에, 시 주석이 일본에 방문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일본 여당 대표인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과 이노우에 요시히사 공명당 간사장은 중국 베이징에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양국의 외교관계를 논의하고 올해 중 시 주석의 방일을 재차 부탁했다.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이 성사되면 후진타오 전 주석 이후 중국 정상으로선 10년 만에 일본에 방문하는 것이 된다.

시 주석이 일본에 방문하게 되면 양국은 다섯 번째 주요 정치문서를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은 △1972년 중일 연합성명 △1978년 중일 평화우호조약 △1998년 중일 연합선언 △2008년 전략적 호혜관계 전면적 추진을 위한 연합성명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올해 시 주석의 방일이 이뤄지면 양국 관계를 기존 전략적 호혜관계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재정의하고 협조적인 관계로 나아가자는 내용을 담은 정치문서가 체결될 전망이다.

◇신형국제관계 中·외교 성과 내려는 日,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난징대학살이나 만주사변 등 20세기 비극이 맞물려 있는 만큼 중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앙숙에 가까웠다. 그러던 두 나라가 반목을 넘어 협조를 모색하는 것은 지난해 10월 열린 19차 당 대회에서 밝힌 ‘신형국제관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상호 존중과 공평·정의, 협력, 상생을 신형 국제관계의 밑그림이라고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세계 리더국가가 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중국은 19차 당 대회 직후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경직됐던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며 ‘10·31 한중관계 개선 관련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12월 전격 방중하며 양국의 관계는 정상화됐다. 이제까지 자국 이익 위주로 외교 활동을 전개했다면 앞으로는 G2 국가의 위상에 걸맞은 외교를 펼치며 국제사회에 리더십을 보이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드러난 셈이다. 이 같은 차원에서 중국이 오랜 앙숙이었던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도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집권을 모색하는 아베 총리 역시 외교를 통해 능력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미 자민당 총재 임기를 2기 6번에서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으로 당 규정을 바꾼 바 있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여당의 총재가 되면 자동으로 총리가 된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그전까지 중국과의 외교 관계를 개선해 정치적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속내다. 게다가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는데 긴장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자국의 경제나 안보 모든 것에 불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과의 소통이 필수이기도 하다.

다만 양국의 관계 개선 의지에도 오랜 세월 쌓여온 역사적 문제, 영토 분쟁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미 양국은 2008년 전략적 호혜관계를 선언했고 2011년 원자바오 중국 당시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 일본 당시 총리가 경제 분야 교류를 확대하자고 약속하기도 했지만 2012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후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정치 안보적으로 미국과 혈맹에 버금가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도 중국으로선 부담스럽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올해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최고의 기회라고 본다”면서도 “일본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말을 중국이 한다면 주장할 건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손을 잡긴 하겠지만 다양한 갈등이 남아 있다는 걸 양국 모두 알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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