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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무기]심장 결함 이겨내고 태어난 흑표 'K2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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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기자I 2015.12.27 09:00:00

1995년 개발 시작 이후 19년 만에 전력화 시작
우리 손으로 개발한 전차로는 처음…각종 첨단 장비 장착
엔진+변속기''파워팩'' 국산 개발 두고 논란 빚어 아쉬움

영하 32도의 저온 환경 챔버에서 8시간 동안 얼어있던 상황에서도 K2 전차는 시동을 걸고 운행할 수 있다. 저온 챔버에서 나온 직후의 K2 전차. [사진=국방과학연구소]
[이데일리 최선 기자] “쾅 쾅 쾅.” 독자적인 설계로 완성된 우리 전차의 시제품이 2007년 첫 주포 3발을 쐈다. 시제 전차의 첫 영점 사격 중 한 발은 표적의 모서리 끝단에 맞았다. 나머지 두 발은 첫 발의 20cm 이내 범위에 들어왔다. 표적을 관통한 피탄 흔적은 작은 삼각형을 이뤘다. 완벽한 탄착군을 이뤘다는 얘기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들은 우리 손으로 개발한 전차 주포 사격통제장치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명 ‘흑표’라고 불리는 K2 전차 개발과정의 한 장면이다. K2는 사실상 첫 국내 개발 전차다. 먼저 도입된 K1 전차는 생산은 우리가했지만 미국이 설계, 개발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에서 국산 전차가 아니다. 세계적 수준의 전차를 국내 개발하고자 하는 시도는 1995년부터 시작됐다. 약 20년 만인 2014년부터 K2의 실전배치가 시작됐다. 하지만 K2는 전차의 심장인 ‘엔진+변속기’를 뜻하는 파워팩의 국산화에 어려움을 겪어 논란에 오르기도 했다.

K2 전차는 북한의 기갑전력에 대한 대비는 물론 한반도 미래 전장환경과 전력구조에 적합한 전차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됐다. 우리 군은 베트남전쟁 이후부터 미국의 M48 패튼 전차를 도입하거나 한국형으로 개량해 주력 전차로 이용해왔다. 하지만 노후화가 진행됨에 따라 우리 군은 더 이상 외국산 전차에만 기댈 수는 없었다.

새로운 전차는 세계적인 발전 추세에 부합하고 우리 군 고유의 전투 개념에 입각한 전차여야 했다. 세계 최고 위력의 전차포, 표적을 자동으로 추적해 사격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추적장치. 적이 발사한 미사일이 전차에 도달하기 전 무력화하는 능동방호장치, 전차탄약을 자동으로 포에 장전해 주는 자동장치 등 수십 종의 핵심기술과 부품들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우리가 전차 개발에 뛰어든 당시 100여 년의 전차개발 역사를 가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전차 선진국들은 새로운 전차를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전차의 성능을 개량하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후발 주자였다.

청사진이 그려진 지 19년 만에 K2 전차는 육군에 실전배치됐다. K2 전차는 산악지형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지형에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수한 성능의 서스펜션(현수장치)을 갖추고 있다. 암내장형(in-arm) 유기압 현수장치는 주행 시 진동과 충격을 흡수해 안정된 차체를 유지한다. 사격의 정확도를 높여주고 임무를 수행하는 승조원의 승차감을 보장할 수 있다.

아울러 서스펜션을 조절해 자유자재로 차체의 앞뒤 좌우를 조절할 수 있다. 차체 앞을 낮추면 포신의 각도를 낮춰 하향 사격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차체 뒤를 낮추면 포신의 각도를 높여 상향 사격을 할 수도 있다. 차체 전체를 낮추면 적의 전차로부터 몸을 숨기는 은폐를 할 수도 있고 차체를 높이면 지면이 고르지 못한 험지를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K2 전차의 자랑은 표적을 빠르고 강하게 격파하는 펀치 ‘주포’다. 자체 개발한 120mm 55구경장의 장포신은 기존 전차의 포신보다 구경이 늘어나 명중률과 관통력이 높아졌다. 전차를 위협하는 헬기를 공격할 수도 있다. 토우(TOW)와 대전차 미사일을 쏘기 위해 제자리 비행을 하는 헬기를 향해 발사하면 자동으로 폭발하는 성형작약탄을 탑재한다.

K2 전차는 4명이 탑승하는 기존 전차와 달리 3명만 탑승한다. 자동장전장치가 탑재돼 탄약수가 필요 없게 된 때문이다. 사람이 직접 장전하지 않으니 전차가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빠르게 후속탄을 장전해 전차포를 발사한다. 피아식별기를 통해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고 적 전차를 향해 자동으로 사격 준비를 갖춘다. 포수는 발사버튼만 누르면 된다. 이런 정보는 다른 전차와 공유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화생방 여과기가 탑재돼 외부 공기가 오염되더라도 승무원은 방독면을 착용할 필요가 없다. 중성자 방사선을 절반 이상 차단하는 중성자 차폐라이너도 갖추고 있다. 날아오는 대전차 미사일을 탐지해 복합연막탄을 발사하고 회피기동을 하는 능동방호시스템도 탑재됐다. 깊이 4.1m의 하천을 잠수해 건널 수 있다.

그러나 K2는 전차의 심장인 파워팩을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엔진과 변속기를 결합한 모듈인파워팩이 2009년부터 잦은 결함을 일으킨 때문이다. 시운전 중 고장이 나기도 하고 냉각팬 속도 제어, 냉각시험 최대 출력, 가속 면에서 성능을 충족하지 못했다. 주행시험평가 중 엔진 실린더가 파손되기도 했다.

파워팩 국산 개발 지연에 따라 전차 전력화 시기가 늦춰지자 군 당국은 K2 전차 전체 도입물량 200대 중 100대에는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하고, 나머지 100여 대에는 국산 파워팩을 달기로 했다. 군 당국은 파워팩 국내 개발을 추진하면서 시속 32km까지 8초 이내에 도달하는 엔진성능을 요구했으나 국산 파워팩은 8.7초가 걸렸다. 당초 군이 요구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끝내 군은 파워팩의 가속성능 기준을 8초에서 9초로 낮췄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로 예정된 2차 전력화 시점을 더 이상 미루지 못한 탓으로 풀이됐다. 군 당국이 업체의 편의를 봐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K2 전차 개발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이다.

당시 기준 완화 논란에 대해 합동참모본부 고위 관계자는 “기술만 되면 가속 성능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도 “하지만 대전차 유도무기의 도달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있어 회피 기동 능력보다 날아오는 탄을 막아내는 능동방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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