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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계는 음식을 섭취했을 때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는 현상에 주목했지만, 장과 뇌, 췌장을 잇는 정확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미지의 고리를 풀어낸 인물들이 바로 대니얼 드러커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옌스 율 홀스트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 스베틀라나 모이소프 미국 록펠러대 연구교수다.
홀스트 교수와 모이소프 교수는 음식물이 장을 통과할 때 분비되는 펩타이드 호르몬인 GLP-1의 아미노산 서열과 생물학적 활성을 세계 최초로 분리·규명했다. 이어 드러커 교수는 이 호르몬이 혈당 강하는 물론 장운동을 늦추고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포만감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동물 모델과 분자 수준에서 입증했다.
당시만 해도 이들의 기초 연구가 세계 제약·바이오 지형을 뒤흔들 메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체내 천연 GLP-1 호르몬은 분비된 지 불과 2분도 지나지 않아 효소(DPP-4)에 의해 분해돼 사라지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끈질긴 집념은 반감기 연장 기술이라는 바이오 플랫폼 혁신으로 이어졌다. 천연 호르몬의 구조를 변형해 분해를 막고 체내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연구가 결실을 보며, 주 1회 투여만으로 체중을 15~20% 이상 줄여주는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가 세상에 나왔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는 세계 피인용 데이터를 토대로 이들 3인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의 최상위 유력 후보군으로 꼽았다. 이들의 기초 연구가 단순히 체중 감량제를 넘어 심혈관 질환, 지방간염(MASH), 신장 질환, 심지어 치매 위험까지 낮추는 전방위 만성질환 억제제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비만 인구는 10억명을 넘어섰으며, 당뇨병과 결합된 만성 대사 질환은 각국 보건 재정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식습관 교정에 의존하던 기존 치료 한계를 단숨에 무너뜨리고 인류 공중보건의 수명을 연장한 혁신적 도구로 공인받고 있다.
40여년 전 실험실의 미세한 장내 호르몬을 집요하게 추적했던 연구자들이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부름을 받을지 세계 바이오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노벨 생리의학상은 인류의 생명 연장과 보건 복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결정적 발견에 수여된다”며 “GLP-1 연구는 기초 분자생물학이 어떻게 글로벌 보건 혁명과 수십조 원의 신약 산업으로 개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가장 완벽한 롤모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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