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개발 분양권, 상속등기 늦어도 상속개시시점 기준 인정"

성주원 기자I 2025.06.29 09:00:00

지분쪼개기 아니면 기준일 후 등기도 유효
악용 방지는 개별·구체적 판단으로 구분
상속등기와 재개발 분양권 기준 명확화 판례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재개발사업에서 상속인이 권리산정기준일 이후에 상속등기를 마쳤더라도 상속개시시점을 기준으로 분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오로지 ‘지분 쪼개기’ 목적으로 이뤄진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예외로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 방인권 기자)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서울의 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한 조합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로써 원고가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1980년 사망한 피상속인이 소유했던 서울 은평구 소재 토지 770㎡를 둘러싼 분양권 다툼이다.

피상속인의 자녀 6명은 2005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거쳐 상속등기를 마쳤다. 이후 원고 4명이 상속인들로부터 지분을 양수하거나 전전양수했다.

원고들은 각자 지분면적이 90㎡ 이상이므로 개별 주택분양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합은 원고들을 1인의 분양대상자로 보아 1개 주택만 분양하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다.

핵심 쟁점은 구 서울시 도시정비조례가 정한 권리산정기준일인 2003년 12월 30일 이전에 피상속인이 사망했지만, 상속인들이 기준일 이후 상속재산분할협의를 거쳐 등기를 마친 경우 단서 조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였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등기접수시점을 기준으로 소유권 취득시점을 판정해야 한다고 봤다. 상속등기가 2003년 12월 30일 이후인 2005년 5월 20일에 이뤄졌으므로 단서 조항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다수 이해관계인이 존재하는 정비사업에서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으로 권리관계를 처리할 필요가 있다”며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지분 쪼개기를 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구 서울시 도시정비조례 제27조 제2항 제3호 단서의 ‘소유’는 일반 민법 원칙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상속의 경우 상속개시시점을 소유권 취득시점으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상속인들에게 지분 쪼개기를 통해 분양 수를 늘리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정상속분대로 상속받았다면 6명 모두 단독분양을 받을 수 있었는데, 상속재산분할협의로 오히려 2명만 90㎡ 이상 지분을 갖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원고 A·B를 각각 독립된 분양대상자로, 원고 C·D를 공동분양대상자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단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피상속인이 기준일 이전에 사망해 상속이 개시된 경우, 상속으로 지분면적 90㎡ 이상을 소유하게 된 상속인은 상속등기가 기준일 이후에 이뤄졌더라도 독립된 분양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지분면적 90㎡ 이상을 소유하게 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만 “분할협의가 조례 규정취지에 반해 오로지 ‘지분 쪼개기’ 목적으로 이뤄져 권리남용이나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대법원은 또 “상속은 사망으로 개시되고 상속인은 상속개시 때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을 포괄승계한다”며 “상속재산분할은 상속개시된 때로 소급해 효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속에 의한 부동산 물권취득은 등기를 요하지 않는다”며 “기준일 이전에 상속이 개시됐다면 등기 여부와 무관하게 기준일 전부터 지분면적을 ‘소유’한 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재개발사업에서 권리산정기준일 이후 상속등기를 한 상속인이나 그 양수인의 분양권 인정 기준을 명확히 한 첫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민법의 상속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지분 쪼개기’ 방지라는 조례 취지를 조화시키는 해석을 제시했다. 상속개시시점을 기준으로 하되, 악용 사례는 개별적·구체적 판단으로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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