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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나이스로 인해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서울·경기 지역 학교에서 시험 문항정보표(정답지)가 유출되는 사건이 10여 건 발생했다. 교육부는 해당 시도교육청과 학교에 기말고사 문항 순서 변경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시스템 안정화 작업에 착수했다.
나이스는 교육기관 행정 업무 처리를 위해 구축한 종합행정 정보서비스다. 교육부·교육청과 전국 1만여개 학교를 연결하는 전산 시스템인 셈이다. 교사들은 나이스를 통해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 관리부터 내신성적 기록, 교원평가 등 대부분의 행정 업무를 처리한다.
교육부는 지난 21일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 변화를 반영해 4세대 나이스를 개통했다. 총 2824억원을 들여 개발한 4세대 나이스는 스마트폰 등 사용자의 이용 환경 변화를 고려한 전산 시스템으로 학생부 작성 시 맞춤법 검사 지원 기능 등을 갖췄다.
하지만 4세대 나이스는 개통 직후부터 크고 작은 시스템 오류를 보이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1일 4세대 나이스 개통 이후 학교 현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고, 문제는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노조가 전날 전국 초·중·고 교사 18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6.8%(1822명)가 접속 오류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구체적 사례로는 지필·수행평가 출력 오류 1807건, 시간표 오류 517건, 창의적 체험활동 관련 오류 580건 등이다.
현장 교사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이모(27) 교사는 “기말고사 준비부터 학생부 기록까지 가장 바쁜 시기에 시스템 오류가 뜨니 답답하다”며 “수천억 원을 들인 시스템이 이렇게 부실하다는 게 화가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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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나이스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업체 중 하나가 부적절하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번 4세대 나이스 개발에는 중소기업 컨소시엄이 참여했는데 이 중 A사가 2017년 정부로부터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받는 ‘부정당 업자 제재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A사 관계자는 “특정 사업으로 제재 처분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스 사업 수주는 (제재) 전에 따낸 것”이라며 “시스템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교원단체는 4세대 나이스에 대한 공익감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결정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사과와 이주호 부총리 파면, 4세대 나이스 전면 중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의 사업 참여가 원천 차단됐던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행 소프트웨어(SW)진흥법에 따르면 공공 SW사업에선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사회 안정에 기여하는 중요한 사업에 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 승인을 전제로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다. 앞서 교육부는 4세대 나이스 개발 사업에 대기업을 참여시키기 위해 4차례나 예외사업 인정 심사를 신청했지만, 과기부가 이를 모두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예외 심사에 신청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교육부는 학생·학부모 불안감 해소를 위해 나이스 자료 조회 기능을 제공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 다른 과목 성적으로 뒤바뀌어 조회된 사례가 있지만 학생의 수행평가 등 성적 자료가 뒤바뀐 일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27일부터 4세대 나이스로 이관된 성적을 비교·검증할 수 있도록 3세대 나이스 자료 조회 기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