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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코넥스시장의 시가총액은 4조6259만703억원으로 연초와 비교해 11% 감소했다. 지난 8개월 간 시가총액 570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거래대금도 급감했다. 지난 1월 초 61억원에서 9일 현재 15억원으로 75%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거래대금 6조8923억원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코스닥으로 상장하는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하는 코넥스시장이 쪼그라든 것은 주식시장 침체 여파다. 미국발(發) 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시장 규모가 작은 코넥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이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시 침체기에는 미래 성장성보다 확실한 실적을 내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정보 비대칭성도 코넥스시장이 부진을 겪는 이유로 꼽힌다.
문제는 코넥스시장을 둘러싼 제반 여건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넥스 상장사들은 상장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증권사와 지정자문인 계약을 맺는데, 최근 대형 증권사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프로테옴텍이 올해 한국투자증권과 계약 종료로 키움증권으로 지정자문인을 변경한 것을 비롯해 엘에이티는 KB증권→유안타증권, 메디쎄이는 NH투자증권→대신증권, HLB사이언스는 대신증권→신한금융투자, 빅텐츠는 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 에이원알폼은 NH투자증권→하이투자증권으로 각각 변경됐다. 올해 지정자문인이 변경된 7개 기업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등 상위 5위권 증권사 3곳이 발을 뺀 셈이다.
◇기업 보고서 ‘0’건…공시 외 투자정보 확인할 길 없어
지정자문인을 찾지 못해 상장폐기 위기로 내몰린 기업도 있다. 의료용 바이오센서 제조사인 바이오프로테크는 지난 1일 NH투자증권과 계약이 종료된 후 지정자문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주권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지정자문인 수수료가 수개월 밀린 데다가 올해와 내년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면서 NH투자증권과 재계약에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넥스 상장사들은 지정자문인 선임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바이오프로테크는 다음달 15일까지 지정자문인을 찾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회사 측은 이를 막기 위해 현재 중소형 규모 증권사와 지정자문인 계약을 위한 막바지 조율 중이다.
한 코넥스 상장사 관계자는 “지정자문인 수수료가 연간 4000만~5000만원에 불과해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대형상들이 코스닥 이전 상장이 가시화될 수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지정자문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투자정보를 담은 기업보고서가 코스피·코스닥시장 대비 빈약한 점도 약세장 속에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로 꼽힌다. 코넥스 125개 종목 가운데 올해 기업보고서가 발간된 기업은 ‘0’개다. 코넥스 투자자들은 사실상 공시 이외에 기업활동이나 투자정보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기업보고서는 1년에 두 번 6월과 12월 발행되는데, 올해 보고서 관련 업무가 한국거래소에서 한국IR협회 기업리서치센터로 이관되면서 발간이 늦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정자문인을 맡은 증권사에 해당 종목에 대한 분석을 강제할 수 없다보니 그간 거래소 지원 사업을 통해 겨우 보고서가 나올 수 있었다”면서 “한국IR협회에서 기업리서치센터를 출범시킨 만큼 내실있는 보고서를 꾸준하게 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